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266) 썸네일형 리스트형 좀작살나무 좀작살나무는 축축 늘어지는 가지 때문에 붙은 이름은 아닐까싶다. 쭉쭉 뻗은 가지를 따라 잎이 모여서 난 자리에 보라색 꽃이 핀다. 좀작살나무는 길게 자란 꽃술을 모아 꽃잎으로 동여맨 것 같은 모습이다. 긴 가지에는 연보라색 꽃이 진 자리에 진보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연보라색 꽃보다 열매가 더 눈에 띄어 좀작살나무 열매를 더 많이 찍었다. 좀작살나무 열매를 따서 구슬처럼 꿰면 얼마나 예쁠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좀작살나무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초록색 잎과 보라색 꽃과 열매로 우아하다.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는 옛날, 마을 한가운데 있던 정자나무나 성황당나무 같다. 큰 나무에 무성한 잎이 축축 늘어진 모습과 열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6월부터 피는 모감주나무 꽃은 막대기에 금가루를 붙여 놓은 것 같다. 아주 긴 막대자석에 붙은 쇳가루 같은 노란 꽃으로 검푸른 나무가 환해진다. 막대자석이 자력을 잃기 시작하면 모감주나무 밑에는 노란 꽃잎으로 빈틈이 없다. 노란 꽃이 지고 나면 연두색종이를 접어 걸어놓은 것 같은 공이 바람에 흔들댄다. 박주가리 한 여름, 박주가리 꽃이 뿌옇게 피고 있다. 흰머리 같은 꽃이다. 가늘고 힘없는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열매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아이 주먹만 하게 커지던 열매. 먹는 것일까 하고 커가는 걸 지켜보다가 터진 열매를 보게 되었는데. 터진 껍질 사이로 바람에 날아가는 씨를 보며 흰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박주가리 꽃은 길가, 산길, 개울가에서 휀스를 타고 오르며 피기도 한다. 금송화 조금씩 다르다. 꽃잎 색깔과 꽃술 색깔이 다르고 잎 모양이 다르다. 사진을 보며 알았다. 금송화 꽃잎에 저녁노을이 조금씩 섞여 있다. 서산에 노을이 떠오른 건 당연했던 것이다. 노을이 땅에 펼쳐진 기분. 딱 그랬다. 밭 언저리에 서서 바라보던 찬란한 노을이 화단에 있었다. 서리가 내릴 무렵 꺾어 집안에 꽂아 놓아도 금송화 꽃은 참 오래 간다. 쑥 냄새와는 달리 알싸한 냄새가 꽃향기라고하기엔 독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금송화는 가지를 뻗어가며 꽃이 여러 송이가 계속 펴서 한포기가 푸짐하다. 우이천에는 여름부터 늦가을 서리 내릴 때까지 황금노을처럼 금송화가 핀다.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