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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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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꽃 암꽃과 수꽃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꽃 중에 오이꽃, 참외 꽃과 함께 수박 꽃도 있다. 꽃만 피는 수꽃과는 달리 암꽃은 열매를 달고 있어 꽃술을 몰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노랗게 작은 꽃 어디에 그렇게 큰 수박이 숨어 있었을까. 혼자 들기 버거울 만큼 커지는 수박. 잘 익은 수박은 텅텅 손으로 두드릴 새 없이 쩍하고 벼락 치듯 밭고랑에서 갈라지곤 했다. 갈라진 수박 속엔 붉은 물과 앙금으로 꽉 차 있곤 했었다. 밭에서 먹는 뜨거운 수박도 달고 맛있었다. 그때 밭에 널려있던 수박은 농익어서 그랬는지 만질 새 없이 갈라져 손을 대기가 겁이 났었다.
참외 꽃 과학농사였을까. 아주 오래 전 어느 해에 우리 아버지는 씨 참외를 심으신 적이 있었다. 참외를 따서 그대로 상자에 담아 파는 대신 종묘사에 참외 씨를 파는 것이라고 하셨다. 밭 전체를 덮으면서 달리는 참외 넝쿨을 고랑마다 지지대를 만들어 오이넝쿨을 올리듯 올렸다. 참외 꽃이 노랗게 피기 시작하면 벌과 나비대신 수꽃을 따서 암꽃에 꽃술을 발라 접을 붙였다. 꽃이 필 새 없이 나비와 벌이 날아다니듯 사람이 수꽃을 따서 들고 밭고랑에 암꽃을 찾아다녔다. 애호박만한 씨 참외가 노랗게 익기 시작하면 아기 주먹만 한 참외를 따먹었는데 꿀참외가 따로 없었다. 보통 참외보다 큰 노랗게 익은 참외를 따서 반을 갈라 발라낸 씨를 개울물에 씻어 말렸는데 야무지고 옹골찼다. 씨를 발라내고 남은 참외 단내로 동네 파리가 다 모..
사위질빵 하얀 꽃이 지고 잎이 마르고 나면 짐을 묶기 좋은 질기고 긴 끈으로 달라지는 모양이다. 늘어지는 덩굴에서 피는 꽃, 사위질빵. 사위가 짊어질 짐을 묶기에 적당할 만큼 질겼을까.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짐의 무게는 사위를 생각하는 안쓰러움의 무게쯤 되지 않았을까. 8월 장마가 시작되며 물방울처럼 맺혀있던 꽃망울이 툭툭 터지며 사위질빵 꽃이 피고 있다. 빗살무늬 같은 하얀 꽃이 지고 나면 씨방이 맺히면서 아주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빛나는 날개를 달고 바람이 불면 언제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씨방은 꽃보다 화려하다.
노랑 코스모스 노랑코스모스의 꽃잎 색깔은 노란색이 아닌 주황색에 가까운 색깔이다. 노랑코스모스의 꽃술은 꽃다발을 묶어 꽃잎 중간에 꽂아 놓은 것 같다. 가을 코스모스가 요즘은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개량종이라고 한다. 키가 큰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여전히 옛날 그 코스모스다. 요즘은 빨강, 하양, 분홍 색깔의 코스모스보다 노랑코스모스가 더 눈에 띈다. 우이천에 폈던 노랑코스모스가 법종사 뒤편 북한산 둘레길에도 많이 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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