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266) 썸네일형 리스트형 방아꽃 골목길을 걷다보면 어김없이 화단이나 화분에 방아꽃이 있다. 방아꽃은 8월부터 피기 시작해 9월까지 꽃이 핀다. 꽃은 키가 자라면서 계속 피는 모양이다. 2020년 그 해엔 나비가 많았던 걸까. 아니 방아꽃이 유난히 많이 폈다. 보라색 방아꽃에는 가지각색의 나비들이 날아다녔는데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나비를 보려고 방아꽃을 찾곤 했다. 사진을 찍는 건지 꽃을 보는 건지 나비를 보는 건지. 그랬다. 요정 같은 나비를 보면서 횡재라도 한 기분이었다. 방아꽃이 필 때면 주변이 방아꽃 향기로 참 맑고 시원하다. 그 향기 때문이었는지 통통한 곰 같은 벌까지 날아들었다. 방아꽃이 핀 화분이 집집마다 하나씩 놓여있는 걸 보면 꽃보다는 향식료로 쓰기 위해서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는 탕을 끓이실 때 잡 .. 도깨비풀 도깨비풀 꽃은 노란 꽃잎보다 주근깨가 박힌 노란 꽃술이 더 탐스럽게 눈에 띈다. 도깨비풀 꽃잎은 이갈이 하는 일곱 살 아이 잇몸처럼 꽃잎이 드문드문 빠져 있다. 도깨비풀 꽃술의 색깔 때문인지 향기 때문인지 엄지 손톱만한 나비들이 날아든다. 탐스런 꽃술은 길게 자라면서 뾰족한 침을 달고 꽃보다 몇 배는 더 크게 씨를 맺는다. 초록색 도깨비풀 씨는 영글면서 까만 씨가 접었던 부채를 펼쳐놓은 것처럼 커진다. 한 겨울, 방학천을 걷다 콕콕 찌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지위에 붙은 도깨비풀 꽃씨다. 더덕꽃 8월 중순, 지지대를 타고 오르기만 하던 더덕 넝쿨에서 더덕 꽃이 피기 시작했다. 바람을 빵빵하게 채우며 부풀던 더덕 꽃봉오리가 폭 하고 바람이 빠지며 터진 것이다. 넝쿨을 흔들어 더덕 꽃향기를 느끼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며 꽃을 위아래로 살펴본다. 더덕 꽃은 절간에 있어야 할 종 모양이다. 옻칠한 교자상 같은 고풍스런 꽃 색깔이 멋스럽다. 더덕 꽃은 바람이 불어 올 때면 제 이로움을 알리고 싶어서인지. 맑은 향기가 멀리까지 날아간다. 바람에 실린 향기로 저 있는 곳을 멀리서도 찾아올 수 있게 한다. 더덕은 만병통치약이다. 흙속에서 캐낸 뿌리를 벗기면 진액이 손에 묻어 잘 지워지지 않는데 그 진액이 오래된 기침에 약이 되는지도. 익모초 익모초 잎은 한 여름 더위를 못 이겨 속이 메스꺼울 때 약이다. 병원이 멀었던 우리 집 민간요법이었다. 엄마는 들판에 있던 익모초 잎을 훌 터 즙을 짜서 더위를 먹고 힘겨워 하는 식구들에게 먹이셨다. 그 익모초 초록색 물은 풀냄새와 함께 쌉쌀한 맛이 삼키기가 힘들었는데 먹기만 하면 토하지는 않았다. 다 마실 때까지 엄마는 자리를 뜨지 않으셨다. 먹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속이 가라앉고는 했다. 8월 20일. 주말농장 울타리에 심어 놓기라도 한 듯 키다리 익모초에 보일 듯 말 듯 꽃이 피고 있다. 더위에 약이 되는 익모초를 알아본 것일 테다. 꽃이 지고 나면 영근 씨가 떨어져 내년엔 익모초가 늘어날 것이다. 익모초가 난 자리는 잡초를 뽑아주며 사람이 가꾼 듯 만 듯 소용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무심히 자리..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