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266)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팔꽃 한 겨울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 벽을 뒤덮은 나팔꽃 씨를 보고 여름에 폈을 나팔꽃을 생각하며 벅찼었다. 그 다음해에 나팔꽃을 꼭 보리라 다짐을 했던 곳을 찾아 갔었는데 그곳이 헐리고 공사를 시작해 아쉬웠다. 누렇게 메마른 꽃씨를 보면서도 지난해 여름을 떠올리기에 충분할 만큼 나팔꽃은 참 환하게 폈다 진다. 영광스러운 순간은 짧은 것이라는 걸 알게 해주려는 것인지 아침에 출근할 때면 가슴이 벅찰 정도로 환하다. 나팔꽃이 있는 곳은 하루 모습이 많이 다르다. 아침에 나팔꽃으로 꽉 차 있던 곳이 저녁엔 풀뿐이다. 여름에는 어디든 감고 올라가며 피는 나팔꽃으로 전봇대까지 올려다보게 되지만 겨울엔 마른 넝쿨로 삭막함을 보탠다. 이름값이다. 제 꽃말 ‘아침에 영광’이란 말처럼 나팔꽃이 피는 여름 아침엔 사람까지 아침.. 호박꽃 호박꽃 수꽃은 꽃술이 촛불을 켜놓은 듯 하고 암꽃은 주먹 쥔 두 손을 모은 것 같은 모양이다. 어른 손바닥만 한 꽃 속으로 벌들과 개미가 분주하게 드나든다. 깊은 꽃 속에는 꿀이 빗물처럼 고여 있다. 호박꽃이 아침 햇빛보다 환하게 밭 둘레에서 폈다지고 나면 윤이 반짝반짝 나는 애호박이 열린다. 적당하게 자란 애호박은 계란 물을 입혀 호박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볶아 먹어도 맛있다. 우리 엄마는 애호박이 열리기 시작하면 날콩을 반죽에 넣어 칼국수를 만드셨다. 채친 호박 나물을 넣은 칼국수는 별미였다.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은 반을 잘라 씨를 빼고 껍질을 벗겨 호박죽을 끓였다. 몸에 부기를 빼는 데도 늙은 호박이 단연 최고다. 유홍초 유홍초는 잎이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이다. 넝쿨에 몇 개 붙어있는 잎이 새깃유홍초와는 달리 부드럽다. 새깃 같은 잎으로 시선을 끌고 빨간 색종이로 별을 접어놓은 것 같은 새깃유홍초와는 달리 유홍초는 볼이 통통한 어린아이 같다. 방학천 자전거도로 옆이나 스크렁이 많은 풀숲에 주말농장 거름자리에 아주 많이 피는 꽃이 유홍초이기도 하다. 앙증맞은 꽃이 예뻐 지나칠 때마다 찍었던 꽃이 유홍초다. 주황색 유홍초는 맑은 날 햇빛을 받고 있으면 더 예쁘다. 유홍초는 꽃봉오리가 맺히면서 피고 폈다 지면서 또 꽃봉오리가 맺힌다. 넝쿨이 뻗으면서 쉴 새 없이 피고 진다. 씨방이 파랗게 맺히고 여물기 시작하면서 서리가 내리는 것인지. 한 겨울 말라버린 넝쿨에는 유홍초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무것도 볼 것 없는 혹독한 겨울 통통.. 새깃유홍초 새깃유홍초 잎은 날개를 펼친 새깃을 닮아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봤을 때 밝은 주황색은 유홍초, 진빨강색은 새깃유홍초다. 엄지손톱만한 붉은 꽃이 앙증맞게 넝쿨을 타고 피어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새깃유홍초는 방학천에서 피는 유홍초와는 달리 화분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자생력은 유홍초가 더 뛰어난 것인지 새깃유홍초를 길가에서나 개울가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사람 손이 필요한 꽃은 새깃유홍초인 모양이다. 어르신들이 가꾸시는 화단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