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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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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초 설악초 잎을 보면 눈 내린 겨울 사철나무 푸른 잎에 쌓인 눈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설악초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눈 쌓인 산을 보는 것처럼 시원하다. 잎이 꽃처럼 예쁜 설악초는 꽃도 눈송이처럼 금방 피면서 녹을 것 같은 모습이다. 불볕 같은 더위에서도 화단에는 바람 따라 설악초에서 눈보라가 날리기도 한다. 눈 설, 큰 산 악, 풀 초. 설악초 雪嶽草. 멀리서 보면 딱 큰 산에 눈 내린 모습. 설악초를 보면 느끼게 되는 그 느낌이 맞나 검색을 해보니 느낌은 같은 모양이다. 한 겨울, 설악초 모습은 눈이 녹다 언 것 같은 모습에 열매는 화초 호박 축소판이다.
배롱나무 7월 중순, 배롱나무 꽃이 폈다. 배롱나무 꽃이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8월이면 한창 피는 배롱나무 꽃은 새 가지에 나무줄기를 따라 한 송이씩 피고지고 한다. 한 송이 폈던 꽃이 지고나면 옆에 있던 동그란 꽃봉오리가 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핀다. 배롱나무 꽃은 백일은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오래된 가옥에 배롱나무가 많다. 빗자루로 잘 쓸어놓은 정갈한 마당에 그 집만큼 오래된 배롱나무가 고고하면서 깔끔했었다. 배롱나무에 그 품격 때문인지 요즘도 새로 짓는 건물에 배롱나무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울안 어디에 심어도 잘 어울리는 배롱나무는 진분홍색뿐만 아니라 보라색 꽃까지 참 예쁘다. 실증 난 스웨터를 풀어놓은 털실 같은 배롱나무 꽃잎은 시루에 담긴 콩나물 같은 꽃술로 더 곱다.
누리장나무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단풍처럼 고운 꽃을 보며 무슨 나무일까 궁금해 찾아보았다. 누리장나무 꽃 인줄 알았던 건 누리장나무 열매였다. 봄을 기다려 그곳을 찾아갔다. 꽃봉오리가 축축 늘어지더니 꽃봉오리가 터지며 도마뱀 혀같이 꽃술이 늘어졌다. 꽃잎이 말라붙더니 손으로 빚은 도자기 같은 동그란 씨 받침이 단풍잎처럼 고왔다. 누리장나무는 꽃술이 지나치게 늘어진 흰 꽃보다 열매가 더 예뻐 눈길을 끈다. 북한산 둘레길 작은 숲에 누리장나무 흰 꽃이 폈는데 올해도 꽃봉오리가 맺혔겠다.
범부채 7월 20일 범부채 꽃이 피고 있다. 범부채 꽃은 야무지게 단단하게 핀다. 먼 곳에서 보면 캄캄한 방 안에 놓아 둔 형광처럼 주변까지 환하게 붉다. 참나리 꽃에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얼룩덜룩한 점 때문인지 모르겠다. 퍼지는 빛 때문일까. 범부채 꽃을 보면 어김없이 참나리꽃을 생각한다. 방학동 아파트단지에서는 화단에 나리꽃만큼 많은 것이 범부채 꽃이지 싶다. 범부채 꽃씨도 야무지다. 쪼그려 앉아 한참 보다가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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