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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 벽을 뒤덮은 나팔꽃 씨를 보고 여름에 폈을 나팔꽃을 생각하며 벅찼었다.
그 다음해에 나팔꽃을 꼭 보리라 다짐을 했던 곳을 찾아 갔었는데 그곳이 헐리고 공사를 시작해 아쉬웠다.
누렇게 메마른 꽃씨를 보면서도 지난해 여름을 떠올리기에 충분할 만큼 나팔꽃은 참 환하게 폈다 진다.
영광스러운 순간은 짧은 것이라는 걸 알게 해주려는 것인지 아침에 출근할 때면 가슴이 벅찰 정도로 환하다.
나팔꽃이 있는 곳은 하루 모습이 많이 다르다. 아침에 나팔꽃으로 꽉 차 있던 곳이 저녁엔 풀뿐이다.
여름에는 어디든 감고 올라가며 피는 나팔꽃으로 전봇대까지 올려다보게 되지만 겨울엔 마른 넝쿨로 삭막함을 보탠다.
이름값이다. 제 꽃말 ‘아침에 영광’이란 말처럼 나팔꽃이 피는 여름 아침엔 사람까지 아침에 영광을 노래하게 한다.
나팔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름 더위가 누그러든다. 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을 재촉하는 듯 선들바람이 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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