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126) 썸네일형 리스트형 꽃마리 꽃마리를 찍어 놓았던 사진을 보며 새삼스럽게 그때 생각이 난다. 낯가림이 심해 예쁜 모습을 쉽게 허락하질 않았었다. 꽃마리 꽃은 들깨보다 조금 더 큰가? 아니 들깨의 동글동글한 몸에 꽃잎이 살짝 밖으로 내민 딱 고만한 크기의 꽃이다. 점점이 핀 꽃이 너무 예뻐 바닥에 엎드려 사진기를 바닥에 대고 찍어도 쉽게 찍을 수 없었다. 수십 장은 찍었을 것이다. 그렇게 찍었어도 꽃마리의 그 예쁜 모습을 담지는 못했다. 한창 꽃이 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아 미뤄두었던 사진이다. 꽃이라곤 없는 12월에 꽃이 그리워 벽장에 넣어두고는 잊고 있던 낡은 사진첩을 보다가 찾아낸 낡은 사진 같은 느낌이다. 빗방울이 맺힌 꽃마리, 비을 맞으면서도 또글또글한 꽃이 참 예쁘다. 독사진을 찍은 꽃마리, 서둘러서 제일 먼저 핀 부지런쟁.. 털수염풀 이름을 알고 나니 옛날 인물도에 나오는 긴 수염이다. 단풍이 든 듯 누렇게 변해가는 털수염풀을 보니 더욱더 그 인물도의 수염이다. 긴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따 내리듯 털수염풀을 손가락빗으로 슥슥 빗어 따기 놀이를 하며 나무 밑에 앉아서 놀았다. 산길을 걷다가 보이는 털수염풀은 전부 땄던 것 같다. 장난에 발동이 걸리는 날은 털수염풀을 사람 발이 걸리기 좋게 묶어 놓았다. 아이들이 자주 가는 뒷동산이나 학교를 가는 길에 털수염풀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뒤가 구려 살피며 걷고는 했다. 털수염풀이 탐스럽게 많았던 곳은 개미집이 있었다. 벌보다 겁났던 불개미가 털수염풀 사이를 바글바글 오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털수염풀이 이렇게 거칠었을까. 손가락빗으로 빗으니 까끌까끌, 손가락에 상처가 날 것.. 강낭콩 강낭콩은 딱 한 때 그 무렵에 풋콩으로 밥에 놓아먹던 울긋불긋한 콩이다. 겨울에 주로 먹던 검정콩밥과는 달리 푸실푸실 했다. 강낭콩은 한꺼번에 익었는지 소쿠리로 한가득 따오셨다. 마루에 앉아 강낭콩 껍질을 벗겨 반들거리는 강낭콩을 박아지에 담았는데. 한 소쿠리를 까놓은 강낭콩은 반타작도 되지 않아 강낭콩 밥을 두어 번 해 먹으면 그만이었다. 딱 그때만 먹을 수 있던 강낭콩이다. 강낭콩을 까며 강낭콩보다는 껍질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도톰하고 찢어지지 않은 껍질을 적당한 크기로 골라 모아 놓았는데. 껍질을 다 까고 나면 모아 놓은 껍질로 반을 접어 네 장을 연결해 딱지를 만들기도 하고 방석을 만들며 시들 때까지 가지도 놀았다. 촉감 좋은 껍질이 색깔도 예뻐 마루 한쪽에 쌓아놓았다가 마루가 좁게 펼쳐놓고 놀.. 수호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청심천이 허룩하게 텅 비었던 겨울, 여름에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던 나무 밑이 푸릇푸릇 한여름 같았다. 옛날, 옛날 효심이 가득한 아들이 엄마를 위해 눈 쌓인 산속에 들어가 산딸기를 따왔다는 이야기가 전설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웅덩이처럼 우묵하면서 넓고 아득한 자리에 햇빛이 들어서 그런지 수호초가 새파랗다. 도톰하고 짙은 잎이 언 기색이라고 없었다. 겨울에 본 수호초를 보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그 자리에 가 봐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꽃봉오리가 맺히는 것도 철이 없는 듯하다. 봄, 여름엔 청심천이 온통 푸르러 어두운 나무 밑에서 수호초가 눈에 띄지 않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부터 수호초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숲이 우거졌다가 텅 비기를 반복해도 그곳은 수호초로 꽉 차 있..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