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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고 나니 옛날 인물도에 나오는 긴 수염이다. 단풍이 든 듯 누렇게 변해가는 털수염풀을 보니 더욱더 그 인물도의 수염이다.
긴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따 내리듯 털수염풀을 손가락빗으로 슥슥 빗어 따기 놀이를 하며 나무 밑에 앉아서 놀았다.
산길을 걷다가 보이는 털수염풀은 전부 땄던 것 같다. 장난에 발동이 걸리는 날은 털수염풀을 사람 발이 걸리기 좋게 묶어 놓았다.
아이들이 자주 가는 뒷동산이나 학교를 가는 길에 털수염풀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뒤가 구려 살피며 걷고는 했다.
털수염풀이 탐스럽게 많았던 곳은 개미집이 있었다. 벌보다 겁났던 불개미가 털수염풀 사이를 바글바글 오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털수염풀이 이렇게 거칠었을까. 손가락빗으로 빗으니 까끌까끌, 손가락에 상처가 날 것 같다. 세 갈래로 훑어 내리다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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