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126) 썸네일형 리스트형 회양목 회양목은 단단해서 그런지 도장을 만들기에 좋은 나무라고 한다. 회양목이 오래되면 나무 가지가 소나무처럼 뒤틀리기도 할까. 주변에 회양목이 많기는 하지만 오래된 나무를 본 적은 없다. 이제 삼십년이 된 아파트단지 화단 울타리는 작은 회양목이다. 아파트 화단 양지바른 곳에서는 회양목 꽃이 매화보다 일찍 핀다. 새콤달콤한 매화향기와는 다르게 회양목 향기는 짙으면서 달다. 회양목이 많아 동시에 피면 주변을 꽉 채우는 향기가 행운목 꽃향기와 닮았다. 회양목의 그 단맛과 향기에 꿀벌이 모여든다. 한 여름 녹음 짙은 숲속 같은 회양목에 초봄에 여린 새싹 같은 연두색 꽃이 피면 그 회양목 꽃에는 꽃만큼 벌들이 앉아있다. 회양목 꽃을 몰랐을 때는 달콤한 향기에 꽃을 찾다가 화단 울타리인 회양목에 꽃이 핀 것을 보고는 그.. 유카 유카를 처음 본 건 아파트단지 화단에서다. 꽃 사진을 찍으면서 어느 댁에서 분갈이를 하느라 잠깐 심어놓으신 건 줄 알았다. 겨울에도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푸른 유카를 보며 신기했다. 얼면 푹 삶아놓은 것 같은 알로애 같은 선인장 종류는 아니었다. 찍을 것이 없는 겨울, 햇살에 반짝거리는 잎을 찍었는데 여름에는 꽃도 폈다. 그 모양새에 종모양의 하얀 꽃이 어색했었다. 사계절 소나무처럼 푸른 잎은 여전히 신기하다. 관심을 갖게 되며 애쓰고 이름을 찾을 때는 찾지 못했던 이름도 알게 됐다. 알아진 꽃이라 눈에 띄었던지 약초 농장에도 있었다. 넓은 약초 농장에 기활 좋게 자리 잡고 있는 유카. 약초이기도 한 것인지. 화단에 있던 유카와는 달리 하늘로 솟구친다. 약초농장에서는 꽃도 달라 보였다. 그 잎에 그 꽃이.. 둑새풀 둑새풀은 우리 아버지다. 집 앞에 너른 논이 떠오르고 똥 찌게를 지고 오르내리시던 젊은 아버지가 풍경처럼 떠올랐다. 정말 아주 오랜만에 둑새풀을 보면서 늘 고단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랐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었던 둑새풀. 북한산 둘레길 주말농장에 벼를 싶었던 논에 둑새풀이 모내기한 벼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그랬다. 논두렁길을 걸으며 학교를 갈 때면 그 넓은 논에 어느새 둑새풀이 빈틈없이 꽉 차곤 했었다. 늘 그러려니 했었던 풍경. 익숙했던 풍경이 사라지고 젊은 아버지 모습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여전히 잘 견디고 계시는 아버지 생각을 한다. 누구라도 늙고 병드는 것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먹고 살 걱정을 덜고 나니 병만 남더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늘.. 털별꽃아재비 누구나 이 사진을 보면 "털별꽃아재비구나!" 제 이름답다 하지 않을까. 주말농장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하면서 스스로 흡족하다. 더구나 바람이 후 하고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씨방이 맺혀있다. 2024년 10월 9일 오늘 찍었다. 털별꽃아재비는 어디서나 핀다. 가로수 밑에서도 피고 보도블록 틈에서도 피고 산길에서도 피고 들길에서도 핀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있다. 환해서 보면 털별꽃아재비다. 푸른 잎 사이에 점점이 핀 꽃이 정말 밤하늘에 별 같다. 희뿌옇게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밤새 참다 변소를 가며 올려다본 밤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이 피는 꽃이 털별꽃아재비다. 내복 바람에 한기와 함께 시리게 다가오던 샛별, 털별꽃아재비는 그런 꽃이다. 털별꽃아재비가 자리 잡은 곳은 척박하다...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