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126) 썸네일형 리스트형 서양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 꽃이 지고 맺힌 씨가 새털 같다. 영근 씨가 금방 바람에 실려 갈 것처럼 가벼워보인다. 서양등골나물은 취나물을 닮았다. 꽃을 보지 못했다면 취나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양등골나물은 꽃이 눈 같다. 한겨울 사철나무에 이제 막 내리면서 쌓인 눈처럼 희고 곱다. 흰 눈처럼 녹지 못하고 맺힌 씨방이라서 그런 건지. 영근 씨가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호오하고 입김을 불면 날아갈 것같이 가볍게 부풀이 오른 씨방. 소나기 내리는 날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뿌옇게 흩어지며 흙냄새를 피우던 그 먼지 같은 씨방이다. 서양등골나물을 처음 본 건 화단이다. 관상용으로도 꽃이 예쁜데 취나물처럼 나물로 먹기도 하는 것일까. 자귀나무 자귀나무 사진에 아카시아 씨 같은 것이 찍혀 있어 자귀나무 씨인지 그 근처에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지 다시 살펴보았다. 자귀나무 씨가 아카시아 씨를 많이 닮았다. 긴 줄기에 양옆으로 나란히 달린 잎 모습이 비슷하더니 씨도 닮은꼴이다. 자귀나무 잎은 낮에는 활짝 펼친 부채 같다가 밤이 되면 접어놓은 부채 같다. 낮에는 가지사이를 꽉 채웠던 나뭇잎이 밤이면 허룩하다. 자귀나무 분홍 꽃은 예쁜 새털을 모아 장식해 놓은 것 같다. 꽃이 지는 모습까지 둥지를 틀고 알을 낳기 위해 깔아놓은 솜털 같다. 자귀나무 꽃은 석양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어쩌면 퇴근길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핀 자귀나무 꽃이 예뻤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곳이 생각나 씨가 달려있겠다 싶어 찾아간 곳엔 장소를 착각한 것인지 나무를 베어낸 것인지.. 사랑초 사랑초는 사랑스런 꽃이다. 그래서 이름이 사랑초일까. 물을 좋아하는 사랑초는 여리여리한 꽃이 참 예쁘다. 토끼풀 같은 초록색 잎에서는 분홍색 꽃이 피고 삼각형의 흑색 잎에서는 연분홍 꽃이 핀다. 응달에서는 하얀색이다. 사랑초는 한겨울 실내에서도 푸른 싹을 볼 수 있는데 햇빛이 잘 들고 아늑한 베란다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다. 씨를 말리기도 힘들다는 말을 사랑초를 보며 실감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화분에서도 사랑초는 싹을 틔운다. 잎이 말라, 죽었구나 했는데 어느 날 싹을 틔우는 것이다. 우리 집은 소철나무 화분에서 사랑초가 그렇게 싹이 난다.. 사랑초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 화단에서도 작은 화분에서도 넓게 자리를 잡고 주변을 꽉 채우며 피는 꽃이 참 좋다. 결명자 대개 결명자는 먼저 차로 만난다. 난로 위에 커다란 주전자에 보리차와 함께 번갈아 끓던 차가 결명자차다. 색깔도 예쁘고 향기도 좋다. 보리차에 옥수수를 썩어 끓이는 차는 막차 같은 흔한 느낌이 들지만 결명자차가 끓을 때는 눈에 좋다는 이유때문인지 고급스러웠다. 각이 진 결명자는 넣는 양에 따라 결명자차가 황금색이었다가 황갈색으로 진해지면서 맛도 쌉쌀하게 혀끝에서 맴돌았다. 주말농장에 녹두 꼬투리보다 긴 결명자가 축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보는 날만 그랬는지 노란 꽃이 못난이 삼형제를 닮았다. 예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미운 구석은 없는 골이 잔뜩 난 못난이 인형이다. 시기를 못 맞춘 탓인지 노란 결명자 꽃을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이른 아침에 본 결명자 잎은 잠을 털지 못한 탓인지 바짝 오므리고 있었다. ..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