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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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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붓꽃, 꽃봉오리를 보고 누군가 지어준 이름일 것이다. 붓꽃 꽃봉오리 모양이 아버지 방에 걸려있는 붓을 꼭 닮았다. 벼루에 먹을 갈아 붓글씨를 쓰시고는 잘 빨아 걸어두신 그 붓을 꼭 닮아있다. 붓을 만들기엔 족제비 꼬리가 최고라고 하셨다. 노란 족제비 꼬리가 붓으로 만들어져 크기별로 줄줄이 걸려있었다. 아버지 붓이 화단에 꼿꼿하게 서있는 것 같은 모습이 붓꽃이다. 아버지 붓도 붓꽃처럼 활짝 핀 적이 있었을까. 먹물을 빨던 물속에서 피었을까. 아니, 아버지가 난을 치시듯 붓꽃을 그리셨을 지도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칼라사진을 흑백사진으로 인화를 해봐야겠다. 그 수묵화에 물감을 칠하듯 색깔을 넣으면 보라색 붓꽃으로 피어나려나. 지금은 화단에서 볼 수 있는 붓꽃이 옛날에는 산길에 있었다. 화단에서 보는 것보다..
나리꽃 그동안 찍은 나리꽃을 다 모았다. 이 사진은 꽃을 가꾸시던 그 할머님들이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올려본다. 지금도 어느 댁 화단에서 화분에서 나리꽃들이 제 자리를 지키며 그렇게 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늘 한결같기를 바래본다. 나리꽃이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 줄 사진을 찍으면서 알았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고 색깔과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꽃도 낯가림을 한다. 꽃이 전과는 달라 살펴보면 저를 돌보는 이가 자리를 비우거나 꽃을 키우는 이가 바뀌었을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단에 있는 나리는 얼크러지면서도 꽃은 변함없이 핀다. 키가 큰 나리꽃은 지지대에 의지해야 바로 선다. 꽃도 성질을 알아야 키울 수가 있다고 하셨다. 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햇볕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살펴야 알 수..
풀협죽도 그곳에서는 올해도 풀협죽도 꽃이 여전했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환하고 예쁘게 참 많이 폈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사는 꽃인 것이다. 이젠 사람 손이 덜 미치는 화단에 늘씬늘씬하게 자라면서 넓게 자리를 잡은 풀협죽도가 예쁘게 꽃을 피울 때면 푸른 화단이 알록달록하게 환해진다. 특별히 지지대가 없어도 꼿꼿하게 잘 서는 튼튼한 꽃대 위로 꽃자리가 생기면서 소복하게 꽃이 모여서 핀다. 긴 꽃술은 남기고 꽃잎만 떨어지면서 진다. 꽃봉오리가 맺힌 순서대로 폈다 지는데 낙엽이 마르면서 떨어지듯 꽃잎이 마르면서 진다. 화분에서 키운다면 화분 밑이 마른 꽃잎으로 지저분해질 것이다. 옛날 단오 날에 담장 밖을 구경하기 위해 처녀가 그네를 탔다던가. 풀협죽도 꽃이 딱 그네 타는 처녀 모양으로 회양목 울타리 위로..
부레옥잠 연못이 얼어 눈썰매를 타도 좋겠다 싶은 곳에 흰 눈이 쌓여있다. 부레옥잠이 둥둥 떠다니고 물양귀비가 하얗게 폈던 곳이다. 붕어를 잡아 배를 따면 꼭 그 모양의 부레가 풍선 모양으로 빵빵했었다. 그 생선 부레를 닮아 이름이 부레옥잠이 되었을 것이다. 꽃 이름은 대부분 모양을 본 따 이름을 짓는다더니 부레옥잠이 딱 그렇다. 부레모양의 줄기 때문인지 물위에 둥둥 떠 있다. 바람이 불어 물살이 출렁일 때면 함께 흔들흔들. 둥둥 물위에 떠 있던 부레옥잠은 보라색 꽃이 층을 이루면서 겹치면서 핀다. 꽃을 꺾듯 꽃줄기 하나를 꺾어도 결혼식 부케로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꽃잎 다섯 장중에 한 장은 공작새 털로 멋 내기를 했다. 깃털 같은 잎 때문일까. 새 같기도 하고 금방 날아갈 것 같은 나비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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