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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꽃봉오리를 보고 누군가 지어준 이름일 것이다. 붓꽃 꽃봉오리 모양이 아버지 방에 걸려있는 붓을 꼭 닮았다.
벼루에 먹을 갈아 붓글씨를 쓰시고는 잘 빨아 걸어두신 그 붓을 꼭 닮아있다. 붓을 만들기엔 족제비 꼬리가 최고라고 하셨다.
노란 족제비 꼬리가 붓으로 만들어져 크기별로 줄줄이 걸려있었다. 아버지 붓이 화단에 꼿꼿하게 서있는 것 같은 모습이 붓꽃이다.
아버지 붓도 붓꽃처럼 활짝 핀 적이 있었을까. 먹물을 빨던 물속에서 피었을까. 아니, 아버지가 난을 치시듯 붓꽃을 그리셨을 지도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칼라사진을 흑백사진으로 인화를 해봐야겠다. 그 수묵화에 물감을 칠하듯 색깔을 넣으면 보라색 붓꽃으로 피어나려나.
지금은 화단에서 볼 수 있는 붓꽃이 옛날에는 산길에 있었다. 화단에서 보는 것보다는 작고 더 가늘었다. 지금 붓꽃은 도톰한 창포를 닮았다.
햇빛을 등지고 핀 붓꽃은 눈부시게 예쁘면서도 맑고 투명하다. 얇은 꽃잎이 손끝만 닿아도 묻어날 것 같다. 코끝에라도 다칠까 향기를 맡아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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