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을 걷다가 겨울에 파란 이끼가 신기해 찍기 시작했다. 파란 이끼가 예뻐 찍기 시작했는데 사진 속에 있는 이끼에 가는 실 같은 것이 삐쭉삐죽 서있었다.
누구보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나란히 모여 이끼 꽃이 폈다. 꽃이 없는 겨울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 이끼꽃은 나무 그늘 밑 담장이나 그늘진 나무에 붙어있던 이끼에서 핀다.
서늘하고 눅눅한 곳에서 여름에서부터 겨울까지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밝은 곳도 아주 어두운 곳도 아닌 바람이 적당히 드나드는 곳에서 이끼가 잘 자란다.
꽃이 필 때는 파랗던 이끼가 떡잎 지듯 누래 지면서 실같은 모습으로 콩나물 자라듯 똑 고르게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거리를 두고 피어있는 꽃에 빛을 들면 반짝반짝한다.
며칠 전 북한산 둘레길에 있는 몸통이 제법 큰 나무를 덮고 있던 이끼꽃에 빗방울이 고드름이 열리듯 맺혀 있었다. 부슬부슬 내린 비가 이끼꽃에 맺혀 언 것이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그랬는지 겨울에 본 이끼꽃이 떠오른 것이다. 겨울에도 이끼꽃이 핀다는 걸 기억해낸 것이다. 요즘은 담장 위나 나무가 푸릇푸릇하면 가까이 간다.
운이 더 좋은 날은 빛이 들어 밋밋했던 이끼가 빛이 난다. 반짝거리는 이끼꽃은 사진기가 알아서 예쁘게 담아준다. 꽃이 없는 겨울이면 꼭 찾아다니면서 찍게 되는 꽃이 이끼꽃이다.
겨울비가 봄비 같이 내리더니 싸락눈이 내렸다. 추웠을까. 나무껍질 위 이끼꽃에 빗방울이 동글동글 구슬처럼 달려있었다. 비가 오다말다 하는 날이라 사진은 눈으로 볼 때만큼 예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