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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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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가 서리 내리기를 기다리는 꽃이란다. 꽃분홍색 꽃이 떨어지고 나면 아이들 머리 방울 같은 씨방이 열린다. 그 보송보송한 씨방에 서리가 내려앉은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어느 해인가 사진을 찍고 꽃 이름을 검색해 린 적이 있었다. 그 이름을 까맣게 잊고는 알았는데 알았었는데 하며 생각만 더듬었다. 그렇게 이름 찾기를 미루다가 정말 우연히 꽃말을 따라가다 대상화를 보게 됐다.

 

 

환한 꽃이 예뻐 꽃 이름을 찾아 올려야지 하면서도 계속 다음으로 미루다 꽃이 다지고 난 겨울 이제야 이름표를 달아 대상화를 올린다. 사진을 보면서 주말농장에 환하게 폈던 대상화를 그리워하고 있다.

 

 

대상화는 추명국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아명과 호적에 올리는 이름쯤 되는 것일까. 아니면 선비들처럼 이름과 호? 서리 내리기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말에 떠날 때를 알고 준비를 하는 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의미를 두면 어떨까요.” 그 작가는 자기 글을 읽는 사람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 글을 쓴다고 했다. 지쳐있던 나는 내게 다짐이라도 하듯 내 사진을 보는 사람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짧은 글로 아주 잠깐이라고 마음을 내려놓고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얹어본다.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을 보면서 내가 행복했던 그 순간처럼.   글을 쓰는 그때 오로지 현재에 머물렀던 그 순간처럼.

 

 

길고 지루한 겨울, 대상화를 찍은 사진을 보니 행복하다. 사진 속에 대상화가 마주보고 있을 때처럼 감동스럽다. 꽃이 없는 겨울이라 꽃 사진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설레는 마음은 여전하다. 참 예쁘다. 참 좋다. 그리고 행복하다.

 

 

의미를 두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뒤로 더욱더.   내 사진을 보고 내 글을 읽는 모든 이도 한 가지 마음이길 바래본다. 사진을 찍으면서 기도를 새겨 넣는 기분이랄까. 그렇다. 바램을 꽃 사진 속에 담아본다. 바구니 속에 과일을 담듯 그렇게 담겨지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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