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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올해도 풀협죽도 꽃이 여전했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환하고 예쁘게 참 많이 폈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사는 꽃인 것이다.
이젠 사람 손이 덜 미치는 화단에 늘씬늘씬하게 자라면서 넓게 자리를 잡은 풀협죽도가 예쁘게 꽃을 피울 때면 푸른 화단이 알록달록하게 환해진다.
특별히 지지대가 없어도 꼿꼿하게 잘 서는 튼튼한 꽃대 위로 꽃자리가 생기면서 소복하게 꽃이 모여서 핀다. 긴 꽃술은 남기고 꽃잎만 떨어지면서 진다.
꽃봉오리가 맺힌 순서대로 폈다 지는데 낙엽이 마르면서 떨어지듯 꽃잎이 마르면서 진다. 화분에서 키운다면 화분 밑이 마른 꽃잎으로 지저분해질 것이다.
옛날 단오 날에 담장 밖을 구경하기 위해 처녀가 그네를 탔다던가. 풀협죽도 꽃이 딱 그네 타는 처녀 모양으로 회양목 울타리 위로 얼굴을 내밀 듯이 핀다.
풀협죽도 꽃도 화단 밖 세상이 궁금해 화단 밖으로 몸이 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꼿꼿하던 몸이 쓰러질 듯 말 듯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풀협죽도 꽃은 꼬챙이를 꽂아놓은 듯 가지 하나에 꽃들이 피고지고 하는데. 한 가지에 꽃봉오리가 수십 개는 맺혔다가 폈다지고 또 폈다가 진다.
꽃줄기에 양방향으로 지그재그로 마주난 잎은 아래로 향하는데 모두 한마음으로 꽃대를 세워주고 받쳐주는 모습이다. 딱 그 테두리 안에서 화사한 꽃을 피우는 풀협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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