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찍은 나리꽃을 다 모았다. 이 사진은 꽃을 가꾸시던 그 할머님들이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올려본다.
지금도 어느 댁 화단에서 화분에서 나리꽃들이 제 자리를 지키며 그렇게 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늘 한결같기를 바래본다.
나리꽃이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 줄 사진을 찍으면서 알았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고 색깔과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꽃도 낯가림을 한다. 꽃이 전과는 달라 살펴보면 저를 돌보는 이가 자리를 비우거나 꽃을 키우는 이가 바뀌었을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단에 있는 나리는 얼크러지면서도 꽃은 변함없이 핀다. 키가 큰 나리꽃은 지지대에 의지해야 바로 선다.
꽃도 성질을 알아야 키울 수가 있다고 하셨다. 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햇볕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살펴야 알 수 있다.
나리꽃은 햇볕 좋은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다부지게 작은 꽃은 그대로도 튼실하게 잘 피고 키가 큰 나리꽃은 지지대가 필요하다.
나리꽃이 한창 필 때는 비가 오지 않아야 오래 볼 수 있다. 비를 맞으면 꽃술에서 떨어진 꽃가루로 하얀 꽃잎이 김치를 먹고 난 아이 얼굴 같다.
비를 맞은 꽃잎은 오래가지 못한다. 햇빛이 나면 두툼한 잎이 말라 더 빨리 진다. 나리꽃도 비를 맞지 않아야 꽃을 더 오래 볼 수 있다.
사진 속에 나리꽃은 대부분 그 할머니가 키우셨던 나리꽃이다. 창문에서 내다보시고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지청구를 하셨다.
비 오는 날은 우산에 꽃이 다칠세라 맑으면 맑은 대로 꽃밭으로 들어설까. 틈날 때마다 꽃밭을 찾던 내가 얼마나 못 미더우셨을까.
꽃을 가꾸는 이는 꽃이 피면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이 앞서지 않았다면 밟는 곳마다 풀이 나지 않았으니 애가 타셨을 것이다.
백합은 나리꽃에서 제외 시켰다. 백합은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 있었다. 우리 집 앞집 마당에서 하얗게 피면 향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내게는 백합은 백합, 나리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