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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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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향 백리향은 꽃향기로 찾아낸 꽃이다. 맑은 향기가 너무 좋아서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화단에서 만났다. 바닥에 잔디처럼 깔려 있던 꽃이 백리향이었다. 희뿌연 꽃 위를 날아다니던 나비가 환상적이었던 꽃이다. 몽환적이었다. 꽃을 찍기는 쉽지 않았다. 화단을 덮으면서 폈던 백리향 꽃을 화단 밖에서 어찌어찌 찍었다. 백리향 꽃이 피는 곳에는 빈공간이 없다. 줄기가 바닥을 덮으면서 꽃이 핀다. 벚꽃나무 사이로 어룽대는 햇빛 때문이었는지 5월에 희끗희끗 눈이 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잔디밭에 토끼풀처럼 해마다 점점 자리를 넓혀가며 피던 백리향 꽃은 꽃보다는 향기로 사람을 부르고 나비를 날아가지 못하게 잡아두는 꽃이다.
샤스타 데이지 멀리서 본 샤스타 데이지 꽃은 산길에서 이슬을 머금고 폈던 구절초를 참 많이 닮았다. 주말농장에서 폈던 샤스타 데이지 꽃은 특히 더했다. 피는 시기가 달라 샤스타 데이지 꽃과 구절초를 착각할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피는 장소가 달라 샤스타 데이지 꽃과 구절초가 헷갈릴 일은 없다. 내가 처음 본 샤스타 데이지는 관공서 옆 화단에 빽빽하게 펴 있었다. 꽃이 핀 데이지를 비닐 화분 째 옮겨 심은 것 같이 운동장에서 줄 맞춰 선 아이들 모습이다. 한 여름에 핀 샤스타 데이지 꽃은 불 볕 더위가 거짓이기라도 한 듯 시원해 보인다. 신기하게도 그늘이 없는 화단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서 더운 줄을 몰랐다. 구절초 꽃은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허리에 있던 밭둑에서나 산길을 걸어갈 때 본 꽃이다. 하얀 꽃이 향기..
보리 보리밭에 대한 기억은 한 겨울에 보리 싹을 밟았던 기억밖에 없다. 누런 보리를 자세히 보게 된 것은 아파트 단지 화단에 있던 보리를 보면서다. 보리 싹을 틔워 말려두었던 질금을 설날이 다가오면 맷돌에 갈아 질금가루를 탐방 우린 물로 된밥을 삭혀 가마솥에 끓여 감주를 만드셨다. 한 겨울이면 엄마는 질금가루를 우려 조청을 만들기도 하시고 엿을 고아 콩엿 땅콩엿을 만드시기도 하셨다. 보리에 대한 기억이라기보다는 싹튼 보리, 질금으로 시작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우리 동네에서는 이모작을 안 했던 모양이다. 텅 비었던 논을 갈아 물을 채운 논에서 발이 시리도록 찬물에 씌워진 하우스 속에서 벼씨가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보리는 학교를 가는 길에 산허리쯤에 있던 어느 댁 밭에서 보리가 누렇게 익었었다. 우리 ..
겹삼잎국화 겹삼잎국화는 아파트 단지 화단이나 골목길 화단에 많다.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모양이다. 노란 겹삼잎국화는 꽃이 피면서 눈에 띈다. 긴 줄기가 축축 늘어지면서 피는 꽃이 주변까지 환하게 한다. 집주변에 많은 것을 보면 부추나 방화처럼 때마다 쉽게 먹을 수 있게 심은 것인지도 모른다. 국화꽃처럼 꽃을 보기 위해 심은 것인 줄 알았다. 봄이면 여린 잎을 나물로 먹고 남아 센 잎은 크게 자라 꽃까지 선물처럼 받는 그런 꽃이 겹삼잎국화다. 임산부가 없는 집이라면 봄 소풍 도시락 김밥 속으로 시금치 대신 겹삼잎국화잎을 삶아 겹삼잎국화 김밥을 싸보는 것도 그 계절 별미가 되지 않을까 한다. 요즘은 화단에서 나는 새싹을 먹거리로 이용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화단에 가득 핀 원추리꽃을 보듯 겹삼잎국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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