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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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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당귀 자주색 꽃이 피는 우리나라 토종 참당귀보다 약효가 떨어진다고 하는 왜당귀는 피를 원활이 순환하게 해주는 활혈작용이 뛰어나다고 한다. 주말농장과 약초농장에 있었던 것처럼 왜당귀는 재배를 한다. 부채춤을 추며 파도를 만들 듯 하얀 왜당귀 꽃이 주말농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찍어서 그런지. 왜당귀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기억하며 나름 확신 있고 구분하기 쉬운 사진만 골랐다. 모정, 엄마의 정을 꽃으로 표현하면 이런 모습일까. 잔잔하면서도 주변을 꽉 채우는 모습이 말없이 지지하고 응원하는 엄마 모습 같기도 하다. 자식들은 그 모정을 느끼며 마음을 다 잡고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오뚜기처럼 쓰러져도 발딱 일어나 다시 시작하고 또 넘어져도 일어날 테다. 당귀라고 알았던 이 꽃은 ..
질경이 질경이는 어디에나 있다. 흙이 있는 곳이면 길이든 담장 밑이든 사람이 다니는 길이든 산이든 들이든 어디에나 있었다. 나무그늘 밑이나 너른 공터에는 씨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내가 본 질경이는 제 이름처럼 질기고 튼튼했었다. 질경이는 창칼을 깊게 땅속까지 밀어 넣어 잎만 도려냈다. 조금 덜 들어갔다 싶으면 잘린 잎이 흩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를 피해 잔디밭처럼 넓은 곳에서는 질경이가 시금치 밭에 시금치처럼 많았었다. 그곳에서는 금방 대바구니로 하나를 뜯고는 했다. 질경이는 씹는 맛이 있다고 엄마가 좋아하셨다. 가마솥에서 끓인 펄펄 끓는 물에 소금을 풀어 질경이를 삶으셨던 엄마는 나물은 양념 맛이라며 갖은 양념에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셨다. 흙이 더 귀한 요즘, 질경이가 보도블럭 틈이나 깨..
노랑꽃창포 이제야 이름을 제대로 알았다. 창포 꽃이라고 불러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5월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그 창포 꽃은 본 적이 없어서다. 우리 동네에 웅덩이나 저수지 물이 흘러가던 수로 근처에 있었던 창포는 굵직하고 윤기 나는 잎이 다른 풀과는 달리 무더기로 쭉쭉 낫으로 베기 좋게 모여 있었다. 착각했다고 생각했었다. 꽃을 못 본 건 꽃피는 시기에 방학이었거나 그곳을 가지 않은 것이라고. 아니면 그때는 5월 단옷날 머리를 감기위해 다 잘라서 없었나보다고. 창포 꽃을 검색하니 내가 찾고 있는 창포 꽃은 진자주색은 꽃창포, 노란색은 노랑꽃창포였다. 우리 고향에 있던 창포는 꽃이 폈어도 못 봤을 수도 있겠다. 연두색 소시지가 있었다면 창포 꽃 같지는 않았을까 싶은 그런 소시지처럼 꽃이 핀다. 물가에..
큰까치수염 주번이 교실 칠판 지우개를 털면서 선생님 책상이나 교탁에 꽃 당번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꽃병에 꽂기 좋은 꽃 중에 하나가 큰까치수염꽃이었다. 늦은 봄부터 늦여름까지 들이나 산에서 폈던 큰까치수염꽃을 꺾어서 교탁에 있던 꽃병에 꽂고 선생님 책상 위에 있던 꽃병에 꽂았었다. 조팝나무꽃과 함께 꽃대가 튼튼했던 큰까치수염꽃이 인기가 많았다. 산과 들에서 피는 꽃들을 색색이 섞어 꺾지 않아도 큰까치수염꽃 몇 송이만으로도 교실이 환했다. 구부러지면서 피는 꽃이 강아지꼬리 같다고해서 개꼬리풀, 꽃꼬리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까치의 흰 목덜미를 닮았다고 해서 큰까치수염. 빼어날 수에 이삭 영자를 써서 큰까치수영이라고도 불린다. 꽃봉오리가 계속 맺히면서, 계속 꽃이 핀다. 꽃봉오리가 맺히는 모습이 동글동글 곡식 이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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