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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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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칭개나물 한 여름처럼 뜨겁던 날 큰봄까치꽃이 생각나던 꽃이다. 잔디처럼 넓게 화단을 꽉 채우며 피던 큰봄까치꽃을 보며 꽃샘추위도 곧 물러가겠구나했었다면 방학천에 큰물칭개나물꽃을 보며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을 만큼 시원했다. 가끔 상상이 안 되는 꽃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싹이 자라 그런 꽃이 핀 것이 믿기지 않아 새싹과 그 싹이 자라는 그렇게 숲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도 착각한 것은 아닐까 싶어 몇 번을 확인했다. 어린 싹이 비라도 오면 쓸려 내려가지는 않았을까 싶어 찾아갔다. 불안할 정도로 큰물칭개나물은 둥둥 뜬 채 흰뿌리가 드러난다. 그 뿌리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 내 허리까지 자란 큰물칭개나물은 작은 숲을 이루며 보라색 꽃이 핀다. 숲을 이루며 큰물칭개나물꽃이 피기 시작하며 벌들이 날아든다. 꿀을..
조개나물꽃 병원 옆 화단에서 매해 피는 조개나물꽃이다. 처음엔 꿀꽃인가 했었다. 꿀꽃보다는 날렵하게 키가 크고 옆으로 퍼지면서 위로 탑처럼 꽃대가 올라간다. 이름을 모를 때는 꿀꽃이 생각나던 조개나물꽃이 이름을 알고 나니 꽃대를 타고 올라가면서 튼 싹이 조개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개껍질을 제켜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꽃도 알고 나면 눈에 띄는 것인지. 어느 댁 대문 앞에 놓인 화분에 분홍색 조개나물꽃이 있었다. 진보라색 조개나물꽃만 보다가 분홍색을 보니 색깔 때문인지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잎겨드랑이에서 피는 보라색 꽃은 끊임없이 친구 얘기며 책 얘기를 하는 어린아이 같다. 들으면서 이미 아는 아이 같기도 하고 책도 읽은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꽃이 조개나물꽃이다. 하루 종일 햇빛이 들지 않아도 잘 자라는 조..
자금성꽃 자금성꽃은 중국에서 주로 약용으로 재배하는 식물로 자금성 부근에서 많이 키워 자금성 성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꽃 이름을 부르면서 중국이 떠올랐던 건 당연했다. 자금성 꽃의 또 다른 이름 세시화는 제 꽃줄기가 가늘어 붙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오후 세 시에 펴서 말 그대로 세시화라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오후 세 시에 펴서 오후 여섯 시에 지는 딱 세 시간 만 폈다 진다고 하니 이래저래 세시화란 이름이 적절한 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 3시간 만 피는 꽃을 어느 댁 대문 앞에 놓인 화분에서 만났으니 참 운 좋게 만난 꽃이 자금성이다. 잎안개꽃이라고도 불린다는 꽃이 얼마나 작은지. 가는 줄기 끝에 늘어진 동글동글한 작은 씨방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풀잎끝에 맻힌 물방울에 붉은 꽃이 얼비친 모습이다. 화분..
서양톱풀꽃 서양톱풀꽃을 야로우로 부른다는 걸 이제 알았다. 같은 꽃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었다. 별도로 있던 사진 폴더를 합치고 보니 같은 꽃이었다. 약초농장에 붙어있던 이름이 야로우였다. 서양톱풀 잎 모양을 보면 아버지가 나무를 자르실 때 쓰셨던 긴 톱을 닮았다. 잎을 보면 영락없는 톱이다. 소풍날 손잡고 두 줄로 걸어가는 아이들 모습 같기도 하다. 길고 가느다란 날렵한 톱들을 꽃줄기에 줄줄이 붙여놓은 모양새다. 누가 봐도 서양톱풀 잎을 보면 톱이 떠오를 것이다. 서양톱풀꽃은 앉아서 사진 찍기 좋을 만큼 키가 크다. 쪼그려 앉으면 눈높이에 적당하다. 서양톱풀꽃에 꿀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그 특유의 향기를 벌이 좋아하는 것인지 꽃이 필 때면 벌들이 비행선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서양톱풀은 주말농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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