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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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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나무 잎이 공작새의 깃털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져 공작단풍, 세열단풍이라고 하고 수양버들처럼 아래로 처진 모양이라 수양단풍이라고도 불린다. 공작단풍나무는 북한산 둘레길을 오르기 전 주택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내 키만 한 나무가 축축 늘어진 모습이 여느 단풍나무와는 다르다. 작은 나무에 수북하게 늘어진 잎이 멀리서 보면 날개를 펼치기 전 공작새 같은 모습이다. 금방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다. 축축 늘어진 모습은 봄날 꽃이 피기 시작하는 수양버들 같기도 하다. 오가며 나무를 살펴보니 공작단풍 꽃은 여느 단풍나무꽃과 비슷하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북한산 둘레길을 오르내리면서 보니 그곳에는 단풍나무보다 공작단풍나무가 더 눈에 띈다. 정원수로 단풍나무보다 더 사랑받는 공작단풍나무다. 북한산을 병풍처럼..
하루나꽃 봄나물을 전부 하루나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텃밭에 있던 푸릇푸릇한 하루나를 뜯어 겉절이를 무쳐주시고는 했다. 삶아 무치기보다 툇마루에 걸려 있던 통마늘을 까서 돌절구에 찧어 먹을 때마다 무쳐주셨다. 그 하루나꽃이 제주도에서 말하는 유채꽃이었다. 닮은 꽃이었나 싶었는데 텃밭에 몇몇송이 하루나꽃이 제주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온통 찬란하게 펴 있던 유채꽃이라는 걸 꽃 사진을 찍으면서 알았다. 텃밭에 있던 하루나꽃에는 개미와 딱정벌레 그리고 벌들이 앉아 있다. 이른 봄 푸성귀가 입맛을 돋우는 먹거리로도 좋지만 그 노란색과 꽃향기는 많은 곤충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한두 송이 꽃에서 향기는 잡지 못했는데 노란 꽃 색 때문인지 꿀샘에 꿀이 넉넉한 것인지. 유채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엄마가 부르셨던 ..
포도나무 골목길을 걷다 보면 포도나무가 앞마당에 늘어져 있어 보면 머루나무다. 지금, 우리 동네는 포도나무보다 머루나무가 더 많다. 한겨울에도 어느 댁 마당엔 머루가 마른 채로 달려 있다. 머루나무를 먹거리보다는 멋스럽게 관상용으로 심어 놓은 것이다. 우리 집 뒤뜰에 있던 포도나무는 사남매의 군것질, 알아서 따먹는 먹거리였다. 장독대가 있던 뒤뜰에는 향나무 울타리를 따라 지붕 위로 얼금얼금 철사로 짠 포도나무 지지대가 있었다. 굵직한 가지에서 나온 넝쿨이 지붕을 타고 올라가고는 했다. 그 포도나무에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면 부엌 뒷문을 열고 뒤뜰로 드나들며 포도가 익을새 없이 따 먹었다. 그늘 진 나무 밑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제는 보지 못했던 포도가 까맣게 익어 있고는 했다. 포도나무 밑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등나무 이틀째 내리는 비로 한창 피었을 등나무 꽃이 졌을지도 모르겠다. 등나무는 나무 휀스를 타고 흘러 내리면 피는 꽃이 더 예쁘다. 축축 늘어지면서 피는 꽃그늘 아래 편안히 앉아 쉴수 있는 의자나 김밥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감상하기 좋다. 올해는 등나무 꽃을 아주 잠깐 봤다. 축축 늘어진 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너무 높아서 향기는 잡지 못했다. 어쩌면 먼 곳에서 더 잘 잡을 수 있는 꽃향기가 등나무꽃향기일 것이다. 등나무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넝쿨을 뻗지만 꽃은 푸른 잎으로 가려진 그늘에서 축축 늘어지면서 핀다. 그래서 더 운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낙엽송이 휘청거릴 정도로 부는 바람에 늘어지면서 피던 등나무 꽃도 한바탕 곤혹을 치렀을 것이다. 남아 있는 꽃이 있으려나. 모진 바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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