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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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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 집 뒤, 북한산 둘레길에 있던 향나무가 눈에 설지 않다. 옛날, 우리 집 울타리에 있던 향나무와 닮았다. 담장이 없던 우리 집 울타리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향나무가 빈틈없이 집주변을 두르고 있었다. 누렇게 낙엽 진 향나무 잎이 향나무 울타리 밑에 차곡차곡 깔려 있었다. 향나무에 찔릴까봐 울타리 주변에는 가지 않았었다. 끝이 뾰족했던 가시로 듬성듬성 빈틈이 있던 울타리에는 그 누구도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향나무가 장마가 지기 시작하면 늘어지기도 하고 그 비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 톱으로 잘라 사랑방 아궁이에서 소죽을 끓이고는 했었는데 향나무 가지가 타는 냄새가 얼마나 좋았던지. 향냄새로 눅진했던 집안이 맑아지고는 했다. 제사상에서 태우는 가늘게 쪼개놓은 향은 깊고 깊은 산속 개 짖는 소..
두메오리나무 옛날 우리 시골 동네엔 오리나무가 많았다. 내가 알던 오리나무가 두메오리나무였던 모양이다. 우이천에 줄줄이 늘어지면서 핀 꽃이 오리나무였다. 오리나무를 검색해 보니 두메오리나무다. 산속에서 보던 두메오리나무가 물가에 있어 생소하면서도 반가웠다. 우이천을 걸으면서 알지 못했던 나무가 어느새 훌쩍 커서 눈에 띈다. 마을을 들어서면 그늘에 멍석 펴고 앉아 더위를 피하던 보호수 같은 느낌이다. 주변이 산이라서 집 앞뒤가 숲이었던 우리 동네엔 참나무만큼은 아니어도 두메오리나무가 제법 많았다. 둥글넙적한 잎이 반질반질하면서도 억센 참나무 잎과는 달랐다. 폭신폭신한 군용 담요 같은 느낌이랄까. 한겨울에 우이천에서 본 두메오리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꽃이 주렁주렁 남아 있었다. 잎이 다 떨어진 가지에 줄줄이 늘어진 꽃이 ..
산벚꽃나무 북한산 둘레길에 산벚꽃은 가로수나 공원에 있던 벚꽃이 지고 나면 새순과 함께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나비 날개 같은 꽃잎이 벚꽃과는 조금 다르다. 연두색 나뭇잎이 꽃처럼 예쁘다. 산길에서 피는 산벚꽃을 연두색 나뭇잎이 받쳐준다. 꽃이 필때의 산벚꽃나무의 나뭇잎은 꽃처럼 참 예쁘다. 숲이 우거진 산에서 펴서 그런 것인지. 산벚꽃은 햇볕을 못본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다. 길가에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는 벚꽃과는 다르게 산벚꽃은 잎이 나면서 꽃이 핀다. 산벚꽃 꽃말이 담백함, 미소. 풋풋한 꽃이 정신적인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화려하게 피던 벚꽃이 지고 나서 피는 산벚꽃이라 그런지 잎과 함께 듬성듬성 피는 산벚꽃이 나름 동양화 속에 수묵화처럼 멋스럽기까지 하다. 잎이 나면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가 다 떨..
공작단풍나무 잎이 공작새의 깃털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져 공작단풍, 세열단풍이라고 하고 수양버들처럼 아래로 처진 모양이라 수양단풍이라고도 불린다. 공작단풍나무는 북한산 둘레길을 오르기 전 주택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내 키만 한 나무가 축축 늘어진 모습이 여느 단풍나무와는 다르다. 작은 나무에 수북하게 늘어진 잎이 멀리서 보면 날개를 펼치기 전 공작새 같은 모습이다. 금방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다. 축축 늘어진 모습은 봄날 꽃이 피기 시작하는 수양버들 같기도 하다. 오가며 나무를 살펴보니 공작단풍 꽃은 여느 단풍나무꽃과 비슷하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북한산 둘레길을 오르내리면서 보니 그곳에는 단풍나무보다 공작단풍나무가 더 눈에 띈다. 정원수로 단풍나무보다 더 사랑받는 공작단풍나무다. 북한산을 병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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