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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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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콩 “재크와 콩나무가 떠올랐어요.” 작두콩을 키우며 끝도 없이 장대를 타고 올라가다가 아래로 늘어지는 작두콩 줄기를 보며 동화 속에 콩나무가 떠오른다고 키 큰 사람보다 더 큰 작두콩을 가리키셨다. 바둑판처럼 나눠진 한 귀퉁이에 작두콩이 있었다. 작두콩 꽃은 이미 지고 없어 볼 것 없는 줄기를 그냥 지나쳤는데 그분 말씀을 듣고 작두콩 꼬투리를 찍으면서 하늘을 보았다. 아주 긴 지지대가 있었다면 늘어져 내린 작두콩 줄기가 하늘을 찌를 수도 있겠다. 작두콩은 아주 오래전 친구 집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 기억으론 밤톨만큼 컸던 콩이다. 산길을 걷다보면 떨어져 내린 토종밤이 딱 그만했었다. 나이 떡을 먹는 날이라고 친구 집에서는 송편을 만들었다. 그때 송편 속을 작두콩을 삶아 속을 파서 밤 속을 넣듯 넣으셨다. ..
바랭이 바랭이는 새싹이 막 트기 시작할 무렵 뽑지 않으면 밭고랑을 새파랗게 덮었다. 그렇게 자란 바랭이는 뽑히지 않아 줄기를 뜯으면서 캐내야만 했다. 밭고랑의 잡초 대부분은 바랭이였던 것 같다. 아주 한참 후에 밭고랑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까지 밭곡식보다 먼저 자라는 바랭이와의 전쟁이었다. 엄마의 새벽 농사일 대부분은 바랭이를 뽑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뽑고 또 뽑아도 어느새 밭고랑을 채우면서 무릎까지 자라던 바랭이. 바랭이는 자라면서 마디에서도 잔뿌리가 내리면서 흙을 잡고 퍼졌다. 바랭이가 있는 곳은 밭곡식이 치여 자라지를 못했다. 그늘 속에서는 곡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이었는지. 농사용 비닐이 나왔다. 밭고랑에 두둑을 만들어 비닐을 덮고 구멍을 뚫어 고추를 심고 깨를 심고 콩을 심고..
목화밭 화분에 있던 한두 그루의 목화를 보다가 목화솜이 하얗게 터진 목화밭을 보고는 놀랐다. 목화밭은 어릴 때 보고는 얼마 만에 보는지. 밤새 내린 비에도 뽀송뽀송한 솜은 꽃보다 예뻤다. 몽실몽실 옛날이 생각이 났다. 마루에 쌓아놓은 솜에서 검정 씨를 빼던 기억도 나고. 옛날에는 학교 가는 길옆에 목화밭이 제법 있었다. 꽃보다도 먹을 수 있는 달착지근한 열매가 더 반가웠는데. 세기 시작한 열매가 터지기 시작하면 하얀 솜을 땄다. 가을비는 김장만 빼고 이로울 것이 없다는 말을 목화밭을 보고 실감한다. 마른 곡식만큼이나 목화솜도 가을비가 마땅찮았던 것이다. 저 솜을 얼른 따야할 텐데. 엄마의 오래전 근심을 내가 하고 있었다. 엄마는 산비탈 후미진 밭에 심었던 목화솜을 따서는 우리 딸들 시집보낼 때 이불을 만들어줘야..
우단담배풀 사진을 보니 더 분명하게 알겠다. 매끈한 담배 잎과는 달리 제 이름처럼 넓은 잎에 우단처럼 털이 덮여있다. 너른 밭에 밭고랑에 어른 키보다 더 컸던 그 담배 잎과는 다르다. 어느 댁 화단에 있는 우단담배풀을 보며 화단에 어울리지 않게 담배를 심으셨네 했었다. 끈적거리는 잎을 참을 정도로 분홍 꽃이 좋으신 걸까하면서도 담배조리를 하시다 말고 담배 잎을 말아 피우시던 그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신가 싶기도 했다. 우단담배풀은 장대 같은 긴 꽃대를 올리며 양지꽃 같은 노란 꽃이 핀다. 꼿꼿하게 서서 노란 꽃을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키가 꺽다리 소년들보다 크다. 우단담배풀 꽃말이 좋은 추억, 용기라고 한다. 우단담배풀 노란 꽃을 보며 오래전 밭두렁에서 난닝구 바람에 담배 잎을 따시던 엄마, 아버지가 떠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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