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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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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냉이꽃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봄 색시’. 냉이꽃 꽃말이다. 요즘 중랑천에 흐드러지게 핀 냉이꽃이 딱 그렇다.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모습이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노라면 그 순간 모든 것을 다 받은 기분이다. 중랑천에 핀 냉이는 그렇게 들판이나 밭에 심지 않아도 양지바른 곳에서 자생한다. 주변에 키 큰 나무만 없으면 산등성이 같은 특정지역에서 잔뜩 자란다. 냉이는 저온에서도 잘 자라는 내한성이 강한 식물이다. 가을에 싹이 터서 로제트 상태로 겨울을 나는 냉이는 2년생 초본이다. 겨울 끝자락에서 초봄에 자라는데 이 무렵에 냉이를 캔다. 얼음이 막 풀리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냉이를 캐러 갔다. 찰진 밭에 냉이는 뿌리가 실하고, 거푸집이 많았던 밭둑에 냉이는 뿌..
미나리꽃 미나리꽃 이 맘때쯤 일 것이다. 개울가에서 돌미나리를 창칼로 도리거나 뿌리째 뽑아 깨끗하게 씻어 겉저리를 무쳐 입맛을 돋우고는 하셨는데. 엄마와 함께 개울가에 앉아 뜯었던 돌미나리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봄나물 중에 하나다. 미나리꽝은 집집마다 있었던 것 같다. 시원한 물이 나올 때까지 펌프질을 했던 그 물이 흘러가는 곳에는 그 물을 가둬 미나리를 키웠다. 길쭉하게 자란 미나리를 잘라 물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민물 매운탕에 넣어 먹기도 했다. 물을 맑게 하는 미나리는 혈액도 맑게 한다고 한다. 미나리가 자라던 질퍽한 흙은 신발이 푹푹 빠졌는데 썩은 내가 나지는 않았다. 논두렁 물꼬에도 미나리는 우긋하게 사람이 키운 듯 참 많았다. 그 미나리를 풀을 깎듯 낫으로 베어오시고는 하셨다. 이른 봄에 야무진 돌미..
달래 달래 세상이 변하면서 주택구조도 달라졌다. 그 바람에 오랫동안 사셨던 집에 텃밭까지 두고 이사를 가셨다. 기다림이란 의미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채신 엄마는 그곳에 남아있는 달래를 캐오라고 하셨다. 말랑말랑한 흙에서 달래를 캐며 흙까지 듬뿍 떠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허옇게 딸려오는 뿌리가 참 길다. 동글동글 드러난 흰 구슬에 옛날 초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긴 수염이 붙어있어 신기하다. 화분에 심으시려나 싶어 흙을 넉넉하게 담았는데 엄마는 달래장을 해먹야지 하신다. 텃밭을 아파트 베란다로 옮기시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엄마의 봄은 달래장으로 시작된다. 옛날에는 어디서 캐오셨는지 잎보다 뿌리가 더 실한 달래를 다져 장독대에서 퍼온 조선간장으로 양념간장을 만드셨다. 달래장으로 밥을..
살갈퀴나물 살갈퀴 살갈퀴는 잎의 끝이 갈퀴처럼 갈라져서 살갈퀴라 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한 후 콩깎지를 걷어내던 듬성듬성한 갈퀴를 닮았다.  방학천 자전거 도로 옆이나 잔디밭처럼 양지바른 곳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곳에서 피는 살갈퀴꽃의 꽃말은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살갈퀴의 어린잎은 나물무침으로 열매는 익기 전에 따서 튀기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버섯이나 멸치와 함께 볶아서 먹기도 한다. 완두콩처럼 밥에 넣어먹어도 좋다. 넝쿨을 뻗어 넓게 자리 잡으면서 피는 꽃이 사랑스럽다. 보라색 꽃이 한창 필 무렵에 봐서 그런지 살갈퀴는 텃밭에서 자리 잡고 늘 밥상에 오르던 먹거리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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