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꽃
이 맘때쯤 일 것이다. 개울가에서 돌미나리를 창칼로 도리거나 뿌리째 뽑아 깨끗하게 씻어 겉저리를 무쳐 입맛을 돋우고는 하셨는데. 엄마와 함께 개울가에 앉아 뜯었던 돌미나리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봄나물 중에 하나다.
미나리꽝은 집집마다 있었던 것 같다. 시원한 물이 나올 때까지 펌프질을 했던 그 물이 흘러가는 곳에는 그 물을 가둬 미나리를 키웠다. 길쭉하게 자란 미나리를 잘라 물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민물 매운탕에 넣어 먹기도 했다.
물을 맑게 하는 미나리는 혈액도 맑게 한다고 한다. 미나리가 자라던 질퍽한 흙은 신발이 푹푹 빠졌는데 썩은 내가 나지는 않았다. 논두렁 물꼬에도 미나리는 우긋하게 사람이 키운 듯 참 많았다. 그 미나리를 풀을 깎듯 낫으로 베어오시고는 하셨다.
이른 봄에 야무진 돌미나리는 향기가 더 좋다. 커다란 양푼이에 쌀밥과 함께 비벼 먹기도 했던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중금속 배출에 도움을 주고 중독을 제거할 뿐 아니라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다.
미나리가 쇠기 시작하면 긴 꽃대를 올려 하얀 꽃이 피는데 미나리꽃의 꽃말은 성의, 고결함이다. 제 성향을 빼닮은 이름이다. 간기능을 향상시켜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장화를 신고 나가 개울가나 논두렁에서 미나리를 뜯어볼 일이다.
홍어회에 꼭 들어갔던 겨울철 미나리는 뿌리를 버리지 않고 장독 뚜껑이나 질그릇에 물과 함께 담아 안방 한 귀퉁이에 뒀는데 푸릇푸릇하게 미나리 싹이 자라면 봄이 온 것처럼 설레었다. 그렇게 자란 미나리로 겨울 밥상이 산뜻해지기도 했다. 삭발된 미나리는 자라고 또 자라 언제 잘렸냐는 듯 쑥쑥 올라왔다.
논두렁이나 개울가에서 방 안에서도 본 기억이 없던 미나리꽃은 봄나물을 뜯는 것을 잊은지 오래인 어느 날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됐다. 옛날에 보긴 봤는데 잊은 건지 먹거리로 먹다 보니 꽃이 필 미나리가 없었던 건지. 사진 속에 미나리 꽃이 낯설어 보고 또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