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꽃
당근꽃의 꽃말은 희망, 포기하지 않는 용기, 죽음도 아깝지 않으리라, 날 거절하지 마세요. 꽃말을 찾아 옮기다 보니 쓸쓸해진다. 내 입속으로 들어갔던 수많은 당근, 그 한해살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잘살고 있는 것인지.
밭 한가운데서도 여전히 환상적인 연둣빛 당근싹은 한겨울 냉장고 안에서 새순을 틔우고는 했다. 당근을 먹을 때면 뾰족하게 새순이 난 윗부분을 잘라 물에 담가 놓았다. 당근싹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추운 겨울 봄을 재촉했었다. 그 빛은 봄빛이었다.
올해 처음 본 하얀 당근꽃은 당귀꽃, 방풍꽃, 톱풀꽃처럼 폈다. 가닥가닥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 같은 여린 당근싹은 꽃받침도 가는 실같은 싹으로 떠받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빨대 위에 구슬만한 흰공을 올려놓고 호호 불면 둥근 공이 동동 뜨는 모습같기도 하다.
빨대를 문 아이들이 저마다 경쟁을 하듯 후후 불면 동동 떠오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 모양으로 그렇게 꽃이 핀다. 꽃대와 꽃받침과 꽃이 하나인 듯 하나가 아닌 듯한 모습이다. 다시 찾아간 주말농장 당근밭에는 당근꽃이 없었다. 연둣빛 당근싹만 우긋했다. 꽃이 있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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