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해당화
설성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있던 우리 마을은 집들이 산을 오르듯 층층이 터를 잡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듯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돌담장 울타리 위로 노랑해당화가 폈다.
그곳은 하루종일 해가 환하게 드는 곳이었다.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향기도 감미로웠던 노랑해당화다. 쌉쌀한 찔레꽃 향기보다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장미 향기보다 털털한 향기다.
봄에 잎이 날 때나 꽃봉오리가 맺힐 때 진딧물이 끼기도 한다. 사진 속에 노랑해당화는 겹꽃이다. 아카시아 잎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잎과 가시가 있는 노랑해당화는 홑꽃이 피기도 한다.
‘미인의 잠결’ ‘온화’. 노랑해당화 꽃말은 봄빛처럼 부드러운 꽃잎이 선물한 꽃말은 아닐까. 꽃을 보고 있으면 나른해지는데. 그 쏟아지는 잠이 원망스러워 ‘원망’이란 꽃말까지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본 노랑해당화는 잊고 있었던 우리 동네 가래울이 생각나던 꽃이다. 오르막에 있던 고모네 집을 올라갈 때면 어느 댁 울타리에서는 노랑해당화가 피고 있었다. 그곳은 늘 아늑하고 따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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