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봄 색시’. 냉이꽃 꽃말이다. 요즘 중랑천에 흐드러지게 핀 냉이꽃이 딱 그렇다.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모습이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노라면 그 순간 모든 것을 다 받은 기분이다.
중랑천에 핀 냉이는 그렇게 들판이나 밭에 심지 않아도 양지바른 곳에서 자생한다. 주변에 키 큰 나무만 없으면 산등성이 같은 특정지역에서 잔뜩 자란다. 냉이는 저온에서도 잘 자라는 내한성이 강한 식물이다. 가을에 싹이 터서 로제트 상태로 겨울을 나는 냉이는 2년생 초본이다. 겨울 끝자락에서 초봄에 자라는데 이 무렵에 냉이를 캔다.
얼음이 막 풀리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냉이를 캐러 갔다. 찰진 밭에 냉이는 뿌리가 실하고, 거푸집이 많았던 밭둑에 냉이는 뿌리가 깊지 않은 실뿌리였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캔 냉이로 끓인 된장국으로 성큼 봄이 왔다.
냉이를 많이 캐온 날은 끓는 물에 데쳐 조물조물 무친 냉이나물로 비빔밥을 먹었다. 냉이는 비타민과 섬유질이 가득해서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감기몸살을 앓을 때 따끈한 냉이국이 해열제 구실을 하고 소화 흡수를 촉진시켜 건위제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눈을 맑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간에 쌓인 독소를 풀어준다고 한다.
냉이는 생력이 매우 강하고 번식력이 강해서 불모지에서도 잘 자란다. 그런데 아무 곳에서나 자란 냉이를 먹으면 안된다.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서도 잘 자라 중금속을 잔뜩 머금기도 한다. 실제로 연구기관에서 도로변에서 자란 냉이를 검사해보니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납과 카드뮴을 흡수해서 식용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농촌지역도 안심해서는 안된다. 농약을 많이 칠 만한 골프장, 과수원 주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초봄에 나물로 캐고 남은 냉이는 금방 세서 꽃대가 자라며 하얀꽃이 핀다. 바람에 흔들대는 냉이는 꽃이 지면서 씨방이 맺히고 또 꽃이 피고 씨방이 맨힌다. 그렇게 꽃대가 30cm 넘게 자라면서 꽃이 핀다. 4월에 내가 본 냉이꽃의 씨방은 하트 모양이다. 씨방이 많이 맺혀 냉이가 있던 자리엔 해마다 냉이꽃이 새하얗게 밭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