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세상이 변하면서 주택구조도 달라졌다. 그 바람에 오랫동안 사셨던 집에 텃밭까지 두고 이사를 가셨다. 기다림이란 의미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채신 엄마는 그곳에 남아있는 달래를 캐오라고 하셨다.
말랑말랑한 흙에서 달래를 캐며 흙까지 듬뿍 떠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허옇게 딸려오는 뿌리가 참 길다. 동글동글 드러난 흰 구슬에 옛날 초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긴 수염이 붙어있어 신기하다.
화분에 심으시려나 싶어 흙을 넉넉하게 담았는데 엄마는 달래장을 해먹야지 하신다. 텃밭을 아파트 베란다로 옮기시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엄마의 봄은 달래장으로 시작된다. 옛날에는 어디서 캐오셨는지 잎보다 뿌리가 더 실한 달래를 다져 장독대에서 퍼온 조선간장으로 양념간장을 만드셨다.
달래장으로 밥을 비벼 먹기도 하고 달래를 넉넉하게 넣어 달래향이 가득한 된장찌개로 입맛을 돋우고는 했다. 그렇게 밥상에 올라왔던 달래는 꽃을 피울 새가 없었던 건지 달래꽃은 보지 못했다.
시장에서 팔던 노란 고무줄에 꽁꽁 묶인 달래가 익숙해질 무렵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자라고 있던 달래가 얼마나 반갑던지. 몇 해를 오가며 꽃을 보려나 했었는데 활짝 핀 꽃은 보지 못했다.
달래의 메마른 줄기 끝에 제 뿌리처럼 동글동글하게 맺힌 씨방을 보며 어느새 꽃이 폈다 졌으리라 짐작만 한다. 꽃을 보는 것도 운때가 맞아야 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별러도 보지 못한 달래 꽃의 꽃말은 신념, 청렴이다. 달래는 있는 곳에 늘 있다. 여러해살이풀이다. 달래 향은 마늘만큼 강하다. 맵싸하다.
달래는 소화를 촉진하고 위장염, 구토, 설사 등 다양한 소화계통 질환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다. 뱃속에서 도랑물 흘러가는 소리가 나는 요즘 달래장으로 속을 달래봐야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