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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이른 봄,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만 한 쑥을 뜯어 쑥버무리를 쪄먹으면서 봄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해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쑥개떡을 먹기 시작하면 노곤한 봄이었다.
약쑥은 오월단오 쑥이 좋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오월단오 쑥을 말려 처마밑에 걸어두셨다가 가마솥에 푹푹 삶아 시커먼 쑥물로 목욕을 시켜주시곤 하셨다. 몸을 따뜻하고 개운하게 해주는 우리 집 상비약이었다.
그 때문인지 꽃같지 않은 꽃이 폈다 진 말라붙은 다 쌘 쑥에서 나는 쌈싸롬한 쑥냄새까지 좋다. 눈 속에 말라 붙은 저 쑥대를 잘라 모아두었다가 한여름에 모깃불로 태워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여름 어스름한 저녁때면 평상에 앉아 모깃불을 태우곤 했었는데 마당을 꽉 채웠던 연기 속에선 쑥냄새가 났다. 그 맘때면 집집마다 태운 모깃불로 온 동네가 쑥냄새로 가득차곤 했었다. 쑥냄새는 초저녁 잠을 불러오는 엄마의 무릎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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