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꽃
땅콩도 꽃이 핀다. 많이 본 땅콩싹에 노란꽃. 진짜 꽃인가 싶어 살펴 본다. 땅콩 줄기에 꽃이 맺힌게 맞다. 검색을 해보니 땅콩도 꽃이 있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땅콩 꽃말이 그리움이란다. 그때는 정말 싫었던? 잘 먹지 않았던 엄마가 볶아주신 땅콩, 땅콩 뽑는 날이면 삶아주시던 땅콩이 그리워지는 걸 보면 겨울방학내내 땅콩 껍질을 까던 그 기억도 이젠 잊힌 것이다.
안방에 땅콩자루를 놓고 온가족이 땅콩껍질을 깠다. 커다란 푸대 자루 하나를 다 까야 가마솥에 한번 볶을 땅콩밖에 나오질 않던 그 땅콩을 엄마는 겨울방학을 지내고 서울로 올라가시는 고모님께 가마솥에서 달달 볶아 싸주시고는 하셨다.
밭에서 뿌리째 뽑아온 땅콩을 마당에 널고 지붕에 널었다가 쇠스랑같은 것에 훓어 싹에서 따낸 피땅콩을 보관했다가 먹을 때마다 껍질을 까서 알맹이를 볶아 먹었다. 땅콩을 뽑는 날은 어김없이 껍질째 쪄서 까먹었다. 볶은 땅콩은 깔깔하고 껍질째 쪄서 까먹던 땅콩은 부드러웠다.
땅콩을 뽑을 때는 꽃이 지고 없었던 걸까. 그 넓은 밭에는 땅콩만 있었는데 그 푸른잎에서 노란꽃을 보지 못했다. 무성한 잎 속에 묻혀 피는 꽃이라 보지 못했던 건지. 고구마꽃처럼 보기 힘든 것인지. 시골에서도 보지 못한 땅콩꽃을 이제야 주말농장에서 봤다.
잡초에서 피는 들꽃을 찾아다니다 땅콩잎 사이에 햇빛이 머문 듯 환한 구석이 있어 살펴보니 땅콩꽃이다. 콩꽃은 다 비슷한 건지. 닮은 모양에 색깔만 다르다. 그때도 꽃이 폈었나? 땅콩밭은 뽑을 때 외엔 간적이 없어 환하게 꽃이 폈다가 졌어도 몰랐을 것이다. 노란 땅콩꽃이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