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126)
동부꽃 동부꽃 주말농장에서 동부꼬투리를 보고 놀랐다. 동부꼬투리 길이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길었다. 30센티는 될 것 같았다. 동부도 개량이 된 모양이다. 동부는 겉껍질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풋콩을 따서 밥에 섞어 먹고는 했다. 엄마는 동부콩을 쪄서 간식으로 주시기도 했었다. 팍신하니 맛있었다. 동부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 긍정의 꽃말이 힘이 된다. 동부콩밥을 먹으면 행복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어느 해 명절 때였을 것이다. 두런두런 남녀 학생이 둘러앉은 걸 보면 누구 생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상 위에 오른 흰 묵을 먹다가 녹두로 만들었다 커니 동부로 만들었다 커니. 우리 고향에서는 어느 집에서는 녹두로 만들고 우리 집에서는 동..
산앵두나무꽃 산앵두꽃 꽃말을 찾아보니 ‘수줍음, 오로지 한사랑’. 그 때문이었나보다. 꽃이 화사하면서도 풋풋하다. 북한산 둘레길에 어느 댁 앞마당에서 피던 산앵두꽃이 그랬다. 그렇게 오가면서 보던 산앵두나무에서는 몇 해를 별러도 산앵두가 열리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화사한 꽃이 지고나면 꽃만큼 관심을 갖지 않아 그랬던 건지. 어쩌면 앵두꽃이 지고 나면 동글동글 파랗게 맺혀있던 앵두가 제 꽃보다 예쁘게 붉게 익어가던 그 앵두같은 열매를 기대하다 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폴더에 저장된 문패를 열고 들어가니 그 속에는 여전히 산앵두꽃이 화사하다.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에 열매 없는 산앵두꽃을 올리기로 한다. 참을성이 없어진 것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시작된 사진 올리기에 열을 올리다가 포기하는 꼴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
오갈피나무 엄마는 장독대 화분에 있던 오갈피나무를 오가피나무라고 부르신다. 오가피는 생약명으로 오갈피나무의 뿌리와 줄기의 껍질을 이르는 말이었다. 화분에서 까맣게 익은 오갈피나무 열매를 보고는 꽃은 한참 지나서야 봤다. 그 열매에 그 꽃이라는 것을 조각 맞추기를 하듯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엄마의 화분에 오갈피나무는 새순을 먹기 위해 고추 모를 심듯 심으셨을 것이다. 고추 꽃이 피고 파란 고추가 열리면 그 고추를 따서 밥상에 올리듯 새순을 따서 나물로 드셨다. 오갈피 꽃의 꽃말은 ‘만능’. 제 꽃말처럼 주로 순환계, 신경계, 운동계 질환을 다스린다. 오가피를 끓여 차로 이용하기도 하고 열매로는 즙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중풍을 예방하고 핏속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몸이 찬 사람이라면 젊은이들이 ..
백합 화단에 백합 꽃이 하얗게 폈다. 단지 주변이 백합 향기로 꽉 차 있다. 넓은 공간을 꽉 채우는 진한 백합 향기는 참 오랜만이다. 시골집, 우리 집을 오르기 전 그 댁 안마당엔 백합 꽃이 반들반들한 황토가 깔린 마당 한 켠을 하얗게 꽉 채우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 꽃집에서 본 백합과는 달랐다. 야생화처럼 야무지게 핀 백합 꽃 향기가 비탈길까지 따라 올라 왔다. 미사 시간에 제대에 꽂혀 있던 백합은 그 진한 향기 때문인지 방안에 꽂아 놓았던 적은 없었다. 꽃을 꽃병에 꽂은 적이 없으니 꽃은 핀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당연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당 한 켠에 꽃이 있거나 울타리처럼 오가는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렇게 백합꽃도 그댁 마당에 펴 있는 것을 오며 가며 우리 집 꽃인 듯 보고는 했..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