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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꽃
주말농장에서 동부꼬투리를 보고 놀랐다. 동부꼬투리 길이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길었다. 30센티는 될 것 같았다. 동부도 개량이 된 모양이다.
동부는 겉껍질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풋콩을 따서 밥에 섞어 먹고는 했다. 엄마는 동부콩을 쪄서 간식으로 주시기도 했었다. 팍신하니 맛있었다.
동부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 긍정의 꽃말이 힘이 된다. 동부콩밥을 먹으면 행복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어느 해 명절 때였을 것이다. 두런두런 남녀 학생이 둘러앉은 걸 보면 누구 생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상 위에 오른 흰 묵을 먹다가 녹두로 만들었다 커니 동부로 만들었다 커니.
우리 고향에서는 어느 집에서는 녹두로 만들고 우리 집에서는 동부로 만들었던 것이다. 맛에 차이보다는 미묘한 색이 녹두로 만든 묵은 흰색에 푸른빛이 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동부콩을 검색하니 하얀 색에 눈만 까맣다. 기억의 오류일까. 내 기억에 동부콩은 연분홍 빛이 돌았었다. 엄마가 쪄주신 동부가 그랬던 것 같다. 강낭콩을 착각했을 리는 없다.
그랬음에도 흰색의 동부콩은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하다. 검색을 하고 또 해도 동부콩은 한결같이 흰콩을 보여준다. 꽃은 낯설지 않은데 꼬투리 속에 동부콩은 생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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