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우단담배풀

728x90

 

 

 

 

 

 

 

 

 

 

 

 

사진을 보니 더 분명하게 알겠다. 매끈한 담배 잎과는 달리 제 이름처럼 넓은 잎에 우단처럼 털이 덮여있다. 너른 밭에 밭고랑에 어른 키보다 더 컸던 그 담배 잎과는 다르다.

 

어느 댁 화단에 있는 우단담배풀을 보며 화단에 어울리지 않게 담배를 심으셨네 했었다. 끈적거리는 잎을 참을 정도로 분홍 꽃이 좋으신 걸까하면서도 담배조리를 하시다 말고 담배 잎을 말아 피우시던 그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신가 싶기도 했다.

 

우단담배풀은 장대 같은 긴 꽃대를 올리며 양지꽃 같은 노란 꽃이 핀다. 꼿꼿하게 서서 노란 꽃을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키가 꺽다리 소년들보다 크다.   

 

우단담배풀 꽃말이 좋은 추억, 용기라고 한다. 우단담배풀 노란 꽃을 보며 오래전 밭두렁에서 난닝구 바람에 담배 잎을 따시던 엄마, 아버지가 떠오르는 걸 보면 좋은 추억이긴 하다.

 

그때 젊으셨던 엄마, 아버지는 지금과는 다르셨다. 아버지는 담배 잎이 산더미같이 쌓인 경운기를 끌고 오셔서는 안마당에 풀어 놓으셨다. 그 산더미 같은 담배를 엄마와 동네아줌마들이 엮으셨는데. 그렇게 엮어놓은 담배들을 동네 아저씨들과 함께 건조실에 매달아 놓으셨다.

 

품앗이로 온 동네 사람들의 손길이 묻은 담배는 가을이면 몫 돈을 가져다주었다. 담배공판을 하는 날은 온 동네가 면전체가 들썩거렸다. 황금빛 같은 담배가 귀한 대접을 받는 날이었다. 어느 댁에선 그 담배 판돈으로 진짜 황금돼지를 사셨을 지도.

 

우단담배풀을 보며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엄마 아버지에게는 고단했을 담배농사가 아이들에겐 안 먹어도 든든한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랑방에 끈적끈적한 조청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단담배풀인 줄 알면서도 우단담배풀을 보면 담배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때문인지 노란 꽃이 생소하다. 왠지 담배처럼 잎이라곤 남아있지 않은 앙상한 줄기 끝에서 나팔꽃을 닮은 작고 예쁜 분홍색 꽃이 필 것만 같다.

 

오늘 새벽에는 서둘러 우이천 다리 밑을 찾아갔다. 우단담배풀이 생각나서다. 몇 해를 벼르던 우단담배풀 꽃을 찍을 수 있었다. 키가 몰라보게 커서 그럴까. 담배 잎처럼 넓적했던 잎은 오간데 없고 손바닥만 해진 잎이 낯설었다.

 

728x90

'사진을 찍고 > 꽃 벤자민 버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  (0) 2023.11.26
작두콩  (0) 2023.10.03
바랭이  (3) 2023.10.02
목화밭  (0) 2023.09.29
동부꽃  (0) 2023.07.31
산앵두나무꽃  (0) 2023.07.16
오갈피나무  (0) 2023.07.01
백합  (2) 202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