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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백합 꽃이 하얗게 폈다. 단지 주변이 백합 향기로 꽉 차 있다. 넓은 공간을 꽉 채우는 진한 백합 향기는 참 오랜만이다.
시골집, 우리 집을 오르기 전 그 댁 안마당엔 백합 꽃이 반들반들한 황토가 깔린 마당 한 켠을 하얗게 꽉 채우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 꽃집에서 본 백합과는 달랐다.
야생화처럼 야무지게 핀 백합 꽃 향기가 비탈길까지 따라 올라 왔다. 미사 시간에 제대에 꽂혀 있던 백합은 그 진한 향기 때문인지 방안에 꽂아 놓았던 적은 없었다.
꽃을 꽃병에 꽂은 적이 없으니 꽃은 핀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당연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당 한 켠에 꽃이 있거나 울타리처럼 오가는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렇게 백합꽃도 그댁 마당에 펴 있는 것을 오며 가며 우리 집 꽃인 듯 보고는 했었다. 아파트 단지에 백합꽃도 그럴 것이다. 주인은 있지만 가꾼이만 보는 꽃은 아니다.
들과 산에서 피는 꽃들처럼 제철에 그렇게 피고 지는 꽃을 사람이 오가며 그곳에 있으려니 하고 찾아가 보는 것처럼 내가 본 백합도 그랬다.
내게 백합은 성모의 꽃이기도 하다. 성모상앞이나 제대앞에 꽂혀 있어서 그럴까. 순결을 상징하는 꽃이다. 성당 안을 꽉 채우던 백합꽃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맑은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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