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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꽃을 찾아다닐 무렵이었다. 계곡이 눈부실 정도로 환해서 벚꽃이 벌써 폈나 하고 가까이 가보니 가죽나무 마른 씨가 꽃이 핀 것처럼 햇빛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계곡을 따라 주변에 가죽나무가 있다. 내가 본 가죽나무는 다 커다란 고목이었다. 마을 한가운데 있던 느티나무 같이 계곡을 꽉 채우고 있는 나무가 가죽나무다.
계곡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널 때면 가죽나무꽃을 볼 수 있다. 눈꽃송이 같은 꽃이 필 때면 엄지손톱만 한 곰 같은 벌이 날아들기 시작하고 가죽나무 그늘로 물가가 서늘해진다.
나물로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하는 새순이 꽃이 필 무렵이면 도톰해진 잎이 만들어놓은 플라스틱 모조품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 한다.
잎은 먹거리로 씨는 차로. 저근백피라는 약재로 쓰이는 가죽나무의 꽃말은 희생이다. 가짜 죽나무라고 해서 가중나무라고도 불리는 가죽나무는 잔가지의 눈과 잎자국이 마치 호랑이 눈과 비슷하다고 해서 호안수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그 가죽나무를 보고 싶은 이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볼 일이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가 계곡을 건너다보면 가죽나무가 있다. 우뚝 크고 우람해서 새순을 딸 수 있는 나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파라솔을 쳐놓은 듯 정말 멋진 가죽나무가 계곡을 꽉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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