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133) 썸네일형 리스트형 목화밭 화분에 있던 한두 그루의 목화를 보다가 목화솜이 하얗게 터진 목화밭을 보고는 놀랐다. 목화밭은 어릴 때 보고는 얼마 만에 보는지. 밤새 내린 비에도 뽀송뽀송한 솜은 꽃보다 예뻤다. 몽실몽실 옛날이 생각이 났다. 마루에 쌓아놓은 솜에서 검정 씨를 빼던 기억도 나고. 옛날에는 학교 가는 길옆에 목화밭이 제법 있었다. 꽃보다도 먹을 수 있는 달착지근한 열매가 더 반가웠는데. 세기 시작한 열매가 터지기 시작하면 하얀 솜을 땄다. 가을비는 김장만 빼고 이로울 것이 없다는 말을 목화밭을 보고 실감한다. 마른 곡식만큼이나 목화솜도 가을비가 마땅찮았던 것이다. 저 솜을 얼른 따야할 텐데. 엄마의 오래전 근심을 내가 하고 있었다. 엄마는 산비탈 후미진 밭에 심었던 목화솜을 따서는 우리 딸들 시집보낼 때 이불을 만들어줘야.. 우단담배풀 사진을 보니 더 분명하게 알겠다. 매끈한 담배 잎과는 달리 제 이름처럼 넓은 잎에 우단처럼 털이 덮여있다. 너른 밭에 밭고랑에 어른 키보다 더 컸던 그 담배 잎과는 다르다. 어느 댁 화단에 있는 우단담배풀을 보며 화단에 어울리지 않게 담배를 심으셨네 했었다. 끈적거리는 잎을 참을 정도로 분홍 꽃이 좋으신 걸까하면서도 담배조리를 하시다 말고 담배 잎을 말아 피우시던 그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신가 싶기도 했다. 우단담배풀은 장대 같은 긴 꽃대를 올리며 양지꽃 같은 노란 꽃이 핀다. 꼿꼿하게 서서 노란 꽃을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키가 꺽다리 소년들보다 크다. 우단담배풀 꽃말이 좋은 추억, 용기라고 한다. 우단담배풀 노란 꽃을 보며 오래전 밭두렁에서 난닝구 바람에 담배 잎을 따시던 엄마, 아버지가 .. 동부꽃 동부꽃 주말농장에서 동부꼬투리를 보고 놀랐다. 동부꼬투리 길이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길었다. 30센티는 될 것 같았다. 동부도 개량이 된 모양이다. 동부는 겉껍질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풋콩을 따서 밥에 섞어 먹고는 했다. 엄마는 동부콩을 쪄서 간식으로 주시기도 했었다. 팍신하니 맛있었다. 동부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 긍정의 꽃말이 힘이 된다. 동부콩밥을 먹으면 행복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어느 해 명절 때였을 것이다. 두런두런 남녀 학생이 둘러앉은 걸 보면 누구 생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상 위에 오른 흰 묵을 먹다가 녹두로 만들었다 커니 동부로 만들었다 커니. 우리 고향에서는 어느 집에서는 녹두로 만들고 우리 집에서는 동.. 산앵두나무꽃 산앵두꽃 꽃말을 찾아보니 ‘수줍음, 오로지 한사랑’. 그 때문이었나보다. 꽃이 화사하면서도 풋풋하다. 북한산 둘레길에 어느 댁 앞마당에서 피던 산앵두꽃이 그랬다. 그렇게 오가면서 보던 산앵두나무에서는 몇 해를 별러도 산앵두가 열리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화사한 꽃이 지고나면 꽃만큼 관심을 갖지 않아 그랬던 건지. 어쩌면 앵두꽃이 지고 나면 동글동글 파랗게 맺혀있던 앵두가 제 꽃보다 예쁘게 붉게 익어가던 그 앵두같은 열매를 기대하다 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폴더에 저장된 문패를 열고 들어가니 그 속에는 여전히 산앵두꽃이 화사하다.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에 열매 없는 산앵두꽃을 올리기로 한다. 참을성이 없어진 것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시작된 사진 올리기에 열을 올리다가 포기하는 꼴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 이전 1 ··· 5 6 7 8 9 10 11 ··· 34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