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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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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손이풀 쥐손이풀 꽃은 딱 일원짜리 동전만하다. 어쩌다 옛날 상자에서 툭 튀어나오는 그 일원짜리. 지금은 새로 발행된 얇고 가벼운 광택이 있는 십 원짜리 크기다. 발바닥공원에서 처음 본 꽃이 예뻐서 야생화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름이 궁금해서 화단에서 잡초를 뽑는 환경교실 선생님께 여쭤 이름을 알아낸 꽃이다. 이름이 앙증맞다, 쥐손이풀. 넝쿨로 뻗어가며 피는 꽃들이 파란 잎이 우긋한 화단에서 야광처럼 빛이 난다. 옛날 방안에서 이불속에서 가지고 놀던 그 야광 같다. 발바닥공원에는 쥐손이풀 꽃이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진분홍 그렇게 두 가지 색깔이 핀다. 같은 종 다른 꽃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색깔만 다른 쥐손이풀이었다. 꽃이 핀 모습이 일원짜리 동전과 십 원짜리 동전이 서기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딱 그만한..
꿀풀 산길에서 보던 꿀풀을 발바닥공원 환경교실 화단에서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꿀풀이 새삼 귀해진 느낌이었다. 꿀풀이 피기 시작하면 사루비아 꽃을 따서 꽁지를 빨아먹듯 꿀풀을 따서 꿀을 빨아먹었다. 사루비아 꽃보다 먼저 만난 꽃이 꿀풀이었다. 사루비아는 학교를 입학하면서 학교 화단에서 만난 꽃이라면 꿀풀은 들보다 산이 많았던 들도 산 같은 우리 동네에도 학교 가는 길에도 참 많았었다. 보라색 꽃이 무리지어 피면 누구랄 것도 없이 당연한 듯 꽃잎을 따서 입으로 가져가곤 했다. 꿀풀 꽃을 꺾은 적은 없다. 꿀 빠는 재미로 꽃잎을 따며 놀았다. 발바닥공원에서는 꽃잎을 딸 수 없었다. 밟을 흙이 없어서인지 들꽃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있는 꿀풀은 사람이 키운 꽃이다. ..
어리연 어리연은 발바닥공원 연못에 별이 내려앉은 것처럼 폈던 꽃이다. 발바닥공원이 새 단장을 하며 작년부터 보지 못해 아쉽다. 어리연은 부레옥잠이 둥둥 떠 있는 연못에 연못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위를 잎이 덮으면서 긴 꽃대를 올려 노랗게 꽃이 핀다. 두툼하고 봉글봉글한 잎에 도톰하게 여러 송이가 부케처럼 연보라색으로 피는 부레옥잠 때문인지 어리연은 잎과 꽃이 작아 보인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환하게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다면 눈길이 가지 않을 만큼 동동 뜬 동그란 잎과 꽃이 여리면서 작다. 비가 내릴 때면 빗방울에 꽃잎이 찢어질 것만 같다. 비가 많이 내리면 열무가 녹아내린다는 말을 어리연을 보며 실감한다. 어리연 노란 꽃잎 무늬가 꼭 불가사리 같다. 불가사리 몸에 속이 환히 비치는 나풀나풀한 푸릴 옷을 입..
연꽃 어릴 적 불알친구들을 만나면 가는 곳이 있다. 옛날엔 마름이 많았던 성호저수지다. 마름을 건져 주먹만 한 돌로 때려 하얀 속을 먹고는 했다. 개망초 꽃이 하얗게 피어 바람에 나무 끼던 성호저수지 둑은 선생님과 함께 단짝 친구 손을 잡고 소풍을 갔던 곳이기도 하다. 넙적한 돌을 쌓아놓은 저수지 둑을 내려가면 마름 잎이 둥둥 떠 있었다. 소금쟁이가 떠다니던 저수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잿빛이었다. 속이 보이지 않아 두려웠던 건지. 전설 같은 이야기 때문인지. 성호저수지는 아이들끼리는 가면 안 되는 금기 된 곳이기도 했다. 쉬쉬하던 얘기가 들려오곤 했는데 저수지에는 잊을만하면 한 명씩 사람이 빠져 죽었다. 저수지는 공짜가 없다는 듯 사람을 데려갔다. 장마철에 비가 며칠이고 내리기 시작하면 갓난아이를 안고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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