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조롱박 골목길,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잘 드는 곳에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면서 달린 조롱박이 신기하다. 반질반질하다고 생각했던 파란 조롱박에 솜털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박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둥근 박꽃은 밤에 핀다고 했다. 그 둥근 박꽃과는 달랐던 건지. 비라도 내릴 듯 컴컴하게 흐린 날 한밤중이기라도 한 듯 착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 저녁때도 아닌 한낮에 박꽃을 찍을 수 있었다. 조롱박꽃은 깨끗한 달빛을 똑 닮았다. 환하지만 투명하지는 않은 물감으로 비교한다면 수채화물감은 아닌 포스터물감 같다고 할까. 산을 두 고개를 넘어 학교엘 다녔는데 그때 산중턱 길옆 약수터에 똑똑똑 떨어지는 물 옆에 조롱박이 있었다. 그때는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은 조롱박이 약수터마다 자리 잡고 있었다. 손안에 쏙 들어오던 조롱박.. 무궁화 TV에서 3.1절 기념으로 방영되는 영화 ‘대장 김창수’를 보다가 비오는 날 찍은 무궁화가 생각났다. 그래서 골라서 올린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찍기도 하고 비가 내리고 난 뒤 찍은 사진도 있다. 꽃잎에 빗방울 사진은 해가 떠야 더 예쁘다. 비가 쏟아지듯 내릴 때 사진은 뿌옇고 어두워서 꽃이 칙칙하다. 그런데도 꽃이 좋아서 내 기분에 취해서 찍고는 했었다. 그렇게 찍어놓은 사진들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났던 것이다. 대장 김창수의 모습이 비 오는 날 무궁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궁화는 비오는 날도 맑은 날처럼 꽃이 펴서 비를 흠뻑 맞고 있다. 그 모습이 예쁘면서도 쓸쓸했었다. 도톰한 꽃잎, 튼실한 꽃술이 그대로다. 무궁화는 한 나무에서 피고 지고 또 핀다. 날이 궂어도 핀 꽃은 핀 채로 비를 고스란.. 싸리꽃 연산군묘를 넓게 두른 울타리 옆에 늘어진 싸리꽃을 보며 연산군묘가 동네 뒷산에 있던 잘 다듬어 놓은 어느 댁 선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의 먼 이야기가 거리감을 확 좁혀오는 느낌이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건 집주변에 늘 있던 싸리꽃이 거기 있어서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었다. 아니 우리 동네가 산을 병풍처럼 두른 산속에 있었다. 그 때문인지 참나무 밤나무가 정원수 같은 산동네였다. 그 산동네에는 축축 늘어지는 싸리꽃이 참 많이 폈었다. 마당에 붉은 흙을 쓸던 긴 싸리 빗자루 대부분이 밭 주변에 심었던 녹색싸리 반 이 싸리나무 반. 그랬던 것 같다. 싸리나무를 많이 잘라 묶어 마당에 떨어진 낙엽이나 굵은 모래를 쓸어 내던 빗자루가 몽당 빗자루가 되면 어김없이 또 빗자루가 생기곤 했다.. 라일락 라일락꽃이 지고 나서일까. 그랬을 것이다. 라일락 나뭇잎을 손으로 비벼 친구들 입에 문대고 달아나곤 했었다. 그 맘 때 우리들은 다 알았다. 라일락 잎이 쓰다는 걸. 한 번씩은 서로에게 장난을 쳤던 것 같다. 지독하게 쓴맛. 그 쓴맛은 라일락 향기만큼이나 아주 길게 남았었다. 단맛은 꽃향기로 실려 보내고 고단함만 남았던 것인지 독하게 쓴맛이었다. 라일락이란 이름보다 수수꽃다리가 더 정겹다. 긴 줄기 끝에서 꼿꼿하게 서있다 익을수록 땅으로 고개를 숙이는 수수가 떠올랐을까.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가 빨간 수수를 닮았다. 우리 집에는 없던 라일락 꽃향기가 봄이면 집안에 꽉 찼었는데 몇 집 건너 한 집씩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봄이 되면 온통 라일락 꽃향기로 가득했다. 교실 창문을 통해 실려 온 향기로 학교 화..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