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라일락꽃이 지고 나서일까. 그랬을 것이다. 라일락 나뭇잎을 손으로 비벼 친구들 입에 문대고 달아나곤 했었다.
그 맘 때 우리들은 다 알았다. 라일락 잎이 쓰다는 걸. 한 번씩은 서로에게 장난을 쳤던 것 같다. 지독하게 쓴맛.
그 쓴맛은 라일락 향기만큼이나 아주 길게 남았었다. 단맛은 꽃향기로 실려 보내고 고단함만 남았던 것인지 독하게 쓴맛이었다.
라일락이란 이름보다 수수꽃다리가 더 정겹다. 긴 줄기 끝에서 꼿꼿하게 서있다 익을수록 땅으로 고개를 숙이는 수수가 떠올랐을까.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가 빨간 수수를 닮았다. 우리 집에는 없던 라일락 꽃향기가 봄이면 집안에 꽉 찼었는데 몇 집 건너 한 집씩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봄이 되면 온통 라일락 꽃향기로 가득했다. 교실 창문을 통해 실려 온 향기로 학교 화단에 있던 라일락 보라색 꽃을 만나고는 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