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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각시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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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봤던 그 원추리다. 원추리 꽃도 크게는 각시 원추리와 왕 원추리로 구분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 내가 산길에서 봤던 원추리는 끝이 더 날렵하고 더 작았다.

 

 

그 원추리가 각시 원추리라고 한다. 각시 원추리는 주황색 꽃이 더 맑고 깨끗하다. 빛이 비출 때는 더 맑고 투명해진다. 줄기도 더 길고 난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산길에서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각시 원추리 꽃이 폈었다. 이른 봄에 눌러놓은 듯 납작하게 올라오는 새싹은 연둣빛으로 산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면서 나물캐던 엄마 앞치마 속에 들어있었다.

 

 

각시라는 앞머리가 붙은 건 부인병치료에 좋아 붙은 이름일까. 알고 보면 산과 들에 나는 풀이 약초 아닌 것이 없는 것 같다. 새싹으로도 먹고 묵나물로도 먹고 뿌리째 캐어 약으로도 쓴다.

 

 

진딧물이 잔뜩 낀 각시 원추리 꽃을 본 적이 있다. 그곳은 반그늘이 드는 곳이었는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진딧물에게 진액을 빼앗겨 병이 든다. 그러고보니 산길에서 각시 원추리 꽃이 폈던 곳은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었다.

 

 

반그늘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진딧물이 끼면서 그을음병에 걸린다고 하니 그늘이나 습기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요즘은 화분에서도 원추리를 볼 수 있다. 화분에 심은 원추리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옮기면서 키울 수도 있겠다.

 

 

왕 원추리만큼 각시 원추리가 많지 않을 걸 보면 자생력이 약한지. 화단에서 무리지어 피는 왕 원추리는 하루 종일 햇빛이 드는 곳이 아니어도 축축 늘어지는 잎에 긴 줄기 끝에서 차례로 예쁜 꽃이 핀다.

 

 

각시 원추리는 들이나 산에서 봤던 야생화를 모아 아이들 교육용으로 심어놓은 화단에서 피고 있었다. 각시 원추리 꽃은 많지 않다. 도시에서는 각시 원추리가 자랄 만한 최적의 환경은 아닌 모양이다. 산길에서 봤던 그때는 귀한 줄 몰랐던 그 작고 야무졌던 각시 원추리 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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