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길엔 클레마티스가 보라색으로 예쁘게 피는 집이 있다. 노간주나무를 타고 올라가 보라색으로 나무 덩굴이 노간주나무를 덮으면서 핀다.
클레마티스가 피기 시작하면 골목길이 환하다. 클레마티스는 키가 큰 나무를 지지대를 삼아 피기도 하지만 휀스나 울타리를 의지해 피기도 한다.
약초농장에선 철조망으로 아치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에서 피는 클레마티스는 북한산 인수봉으로 넘어가는 석양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꽃이다.
진보라색과 진빨강색의 클레마티스가 피는 약초농장 아치 밑을 걸을 때면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국적이면서 예쁘다.
클레마티스는 색깔도 다양하지만 꽃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백일홍처럼 꽃 색깔이 달라도 같은 꽃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클레마티스라고 부른다.
클레마티스는 꽃이 지고 씨가 맺히는 것도 꽃이 피는 것 같은 모습이다. 꽃 피는 시기를 놓친 사람이라면 씨방을 꽃으로 착각할 정도로 예쁘다.
모자 방울을 묶어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씨는 가을이 깊어지면 가벼워진 씨는 찬바람에 더욱 부풀어 금방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다.
내가 본 클라마티스는 꽃이 크고 화려해서 그런지. 향기를 잡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화려한 꽃에 앉은 나비를 본 기억이 없다.
클라마티스 꽃이 저 스스로 나비가 되기도 하고 호박벌이 되기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클라마티스 꽃은 사람이 더 좋아하는 꽃인 모양이다.
박 덩굴 호박 덩굴처럼 지붕에 올려도 참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화단이나 휀스는 공간이 좁을 정도로 덩굴을 계속 뻗으면서 핀다.
내가 살고 싶은 미래의 집 지붕을 클레마티스로 올리고 대문을 아치형으로 만들어 현관까지 클레마티스가 핀 길을 걸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울타리에 하얀 클레마티스를 심어 놓으면 하얀 박꽃이 핀 것처럼 환해지지 않을까. 꽃이 오래 피는 클레마티스가 핀 집이라. 상상만 해도 좋다.
색색이 클레마티스가 핀 꽃그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볼펜수다를 떨다 클레마티스 꽃을 날마다 시시때때로 찍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