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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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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을 뜯어오신 엄마는 행주치마를 풀어 나물 속에 있던 꿩알을 꺼내시면서 잔대 뿌리를 나물 뜯던 창칼로 쓱쓱 껍질을 벗겨 주시고는 했다.

 
 

도라지 같은 뿌리를 보며 고개를 뒤로 빼면 엄마는 그러셨다. “잔대야. 아리지 않아. 먹어봐.” 하시던 엄마. 정말 아리지 않았다. 도라지 뿌리보다 포실하면서 달착지근 맛이 그냥 먹기에도 좋았다.

 

 

잔대 뿌리는 늘 나물 속에서 찾아 날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환절기마다 크게 잔병치레를 안 하고 지나갔던 것은 잔대 뿌리 덕분은 아니었을까.

 
 

잔대꽃을 이제 보고도 못 알아 본 건 당연한 것 인지도. 산나물 속에 늘 잔대 뿌리가 있기도 하고 잔대 싹이 있었으니. 그때는 꽃이 더 귀했을 것이다.

 
 

잔대 꽃을 보고 있으면 바람이 부는 듯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휘 부는 바람 속에 잔대꽃이 핀 곳에서는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느낌? 누가 알까. 어쩌면 그 순간엔 보는 이가 엄지공주에게 날개가 돋듯 꽃 위를 날았을지도.

 
 

꿈을 꾸듯. 동화 속에 갇힌 듯.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꽃이 잔대꽃이다. 그 무렵 잔대꽃을 봤다면 뿌리를 먹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다행인 걸까.

 
 

아직도 잔대 뿌리와 어린 싹과 사랑스러운 꽃이 제 각각이다. 분리된 채 내 마음속에서는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뿌리와 싹을 보지 못한 채 꽃만 봐서 그런지도. 꽃을 보고 반해서 꽃 이름을 궁금해하다가 그 꽃이 잔대꽃인 걸 알고는 놀란 충격 쯤. 그렇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2024년 10월 12일에 씨방이 맺힌 잔대 사진을 세 장 첨부한다.  주말농장을 가는 길, 골목에 담장을 넘어 꽃이 보이던 잔대에 씨방이 맺혔다.  점점이 물방울 같던 꽃이 지고 씨방이 꽃이 핀듯 영글어 가고 있었다.  이제야 잔대의 1년 살이가 완성된 기분이다.   같은 꽃 다른 느낌. 내가 사계절을 살아낸 듯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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