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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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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는 꽃이 먼저 핀다. 회초리를 꺾어 껍질을 벗겨 놓은 족제비싸리 같은 줄기에서 분홍색 꽃이 핀다.

 
 

줄기 끝에 빨간 꽃봉오리가 대림절 초에 촛불을 밝히듯 맺혔다가 주변을 환하게 밝히면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대 하나에 여러 송이의 꽃이 연달아 피기 시작하면 볼품없이 튼실하기만 했던 꽃대가 이해가 된다.

 
 

상사화. 꽃이 먼저 폈다가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잎이 난다고 했다. 꽃이 지고 난 뒤에도 그 자리에 자주 갔었는데.

 
 

상사화가 질 무렵이면 화단 주변에 꽃과 푸른 잎으로 꽉 들어찬다. 주변에 다른 꽃에 정신이 팔려 상사화 잎을 보지 못한 것이다.

 

 

연인의 그리움은 그토록 이방인은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철이 지난 사진을 보면서 올해는 잎을 꼭 찍어야지 벼르다가 매해 그냥 지나고 만다.

 
 

그래서 꽃 사진만 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난다는 상사화. 그 푸른 잎 사진은 없다. 매해 꽃이 없는 겨울이면 그 잎을 궁금해 한다.

 

 

6, 7월이 되면 여간 화려한 꽃이 아니면 눈길을 끌기 힘들다. 계절을 거슬러 화려한 꽃이 지고 잎이 나니 꽃보다 잎이 더 보기 힘든 것이다.

 
 

그곳에서는 늘 화단이 헐렁할 때 상사화가 핀다. 그것도 무리를 지어 핀다. 그럼에도 그 꽃에 그 잎을 모르다니.

 

엇박자는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내 집 앞에 두고 보는 꽃이라면 달랐을까. 어느 댁 화단을 찾아가 보는 예쁜 상사화.

 
 

보는 이는 키우는 이와 마음자리가 달라 화려할 때는 관심을 주다가 꽃이 지고 나면 그곳에 상사화가 있었는지조차 잊는다.

 

상사화. 사랑도 그런 것일까. 그리움의 크기도 마음이 오가는 시점도 그렇게 어긋나는.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이 앓게 되는 것이 상사병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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