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을 찍고

(396)
질경이 질경이는 어디에나 있다. 흙이 있는 곳이면 길이든 담장 밑이든 사람이 다니는 길이든 산이든 들이든 어디에나 있었다. 나무그늘 밑이나 너른 공터에는 씨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내가 본 질경이는 제 이름처럼 질기고 튼튼했었다. 질경이는 창칼을 깊게 땅속까지 밀어 넣어 잎만 도려냈다. 조금 덜 들어갔다 싶으면 잘린 잎이 흩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를 피해 잔디밭처럼 넓은 곳에서는 질경이가 시금치 밭에 시금치처럼 많았었다. 그곳에서는 금방 대바구니로 하나를 뜯고는 했다. 질경이는 씹는 맛이 있다고 엄마가 좋아하셨다. 가마솥에서 끓인 펄펄 끓는 물에 소금을 풀어 질경이를 삶으셨던 엄마는 나물은 양념 맛이라며 갖은 양념에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셨다. 흙이 더 귀한 요즘, 질경이가 보도블럭 틈이나 깨..
개별꽃 친구와 함께 노성산을 오르다가 만난 개별꽃이다. 약간 비탈진 곳에 조금 넓고 평평한 나무그늘 밑에 수북하게 모여서 피고 있었다. 컴컴하던 숲이 개별꽃으로 환했다. 들별꽃이라고도 불리는 개별꽃은 잎자루에 짧은 털이 있어 큰개별꽃과 구별된다고 했다.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4월 20일이다. 4, 5월에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개별꽃은 폈던 자리에서 다음 해에도 꽃이 핀다. 꽃을 또 볼 수 있는 것이다. 뿌리는 태자삼으로 부작용이 없단다. 노성산에서 드문드문 자주 눈에 띄던 개별꽃은 멸종위기 식물이라고. 줄기를 따라 돌려난 것 같은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여러 개 나오면서 흰 꽃이 핀다. 모둔 흰 꽃잎 중앙 긴 꽃술에 콕콕 찍어 놓은 것 같이 달린 붉은 점이 볼연지를 서툴게 찍은 아이 같다. 풀이 ..
꽃창포 자주색 꽃잎 안쪽에 노란색 무늬가 있는 꽃이 꽃창포다. 우이천이나 연못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랑꽃창포와는 다르게 쉽게 볼 수 없었던 꽃창포다. 화단이나 산길에 있었던 꽃은 붓꽃이었다. 원당정 연못가에서 붓꽃인 줄 알고 찍었던 꽃이 꽃창포였다. 가늘고 납작한 잎과 긴 줄기에서 피는 꽃이 우아하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꽃말이 좋은 소식인 걸까. 꽃창포가 피기 시작하면 연못 주변이 꽃창포로 다른 곳이 된다. 바쁜 발걸음도 멈추게 된다. 제주도와 전라남도에서 꽃창포가 많이 핀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꽃창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원당정에서 핀 꽃창포는 붓꽃과 달랐다. 이제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노랑꽃창포 이제야 이름을 제대로 알았다. 창포 꽃이라고 불러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5월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그 창포 꽃은 본 적이 없어서다. 우리 동네에 웅덩이나 저수지 물이 흘러가던 수로 근처에 있었던 창포는 굵직하고 윤기 나는 잎이 다른 풀과는 달리 무더기로 쭉쭉 낫으로 베기 좋게 모여 있었다. 착각했다고 생각했었다. 꽃을 못 본 건 꽃피는 시기에 방학이었거나 그곳을 가지 않은 것이라고. 아니면 그때는 5월 단옷날 머리를 감기위해 다 잘라서 없었나보다고. 창포 꽃을 검색하니 내가 찾고 있는 창포 꽃은 진자주색은 꽃창포, 노란색은 노랑꽃창포였다. 우리 고향에 있던 창포는 꽃이 폈어도 못 봤을 수도 있겠다. 연두색 소시지가 있었다면 창포 꽃 같지는 않았을까 싶은 그런 소시지처럼 꽃이 핀다. 물가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