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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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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염 주번이 교실 칠판 지우개를 털면서 선생님 책상이나 교탁에 꽃 당번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꽃병에 꽂기 좋은 꽃 중에 하나가 큰까치수염꽃이었다. 늦은 봄부터 늦여름까지 들이나 산에서 폈던 큰까치수염꽃을 꺾어서 교탁에 있던 꽃병에 꽂고 선생님 책상 위에 있던 꽃병에 꽂았었다. 조팝나무꽃과 함께 꽃대가 튼튼했던 큰까치수염꽃이 인기가 많았다. 산과 들에서 피는 꽃들을 색색이 섞어 꺾지 않아도 큰까치수염꽃 몇 송이만으로도 교실이 환했다. 구부러지면서 피는 꽃이 강아지꼬리 같다고해서 개꼬리풀, 꽃꼬리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까치의 흰 목덜미를 닮았다고 해서 큰까치수염. 빼어날 수에 이삭 영자를 써서 큰까치수영이라고도 불린다. 꽃봉오리가 계속 맺히면서, 계속 꽃이 핀다. 꽃봉오리가 맺히는 모습이 동글동글 곡식 이삭 ..
컴프리 키가 내 허리까지 올 정도로 자라면 종처럼 생긴 꽃이 핀다. 쪼그려 앉아 위를 올려다보면 꽃술을 볼 수 있다. 아주 낮게 앉아야 한다. 컴프리를 보면 담배가 생각난다. 우리 동네는 담배를 많이 심었는데 키가 내 키보다 더 컸던 담배 대궁에서도 하늘을 보며 제 덩치에 비하면 작은 분홍색 꽃이 폈었다. 컴프리 잎 표면이 담배 잎을 닮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꽃 색깔이 닮아 그랬는지. 분위기가 비슷해 그랬는지 발바닥공원에 핀 컴프리를 볼 때면 늘 밭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담배가 떠올랐다. 컴프리 잎을 따 본적이 없어 담배 잎처럼 끈끈한 액체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컴프리 꽃에는 나비보다 벌이 더 많이 날아와 제 집처럼 꽃 속으로 쏙 들어간다. 벌들이 컴프리 주변에서 늘 분주하다. 컴프리 꽃이 필 때는 장마철이다...
현호색 조선현호색 염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조선현호색 현호색 니꼴 괴불주머니가 맞는 것 같다. 아니 현호색이 괴불주머니다. 현호색 만큼 알기 힘든 꽃도 드물 것이다. 아직도 확신이 없지만 함께 보고 싶은 욕심이 앞서 올린다. 같은 꽃 다른 느낌? 아니 다른 꽃 같은 느낌일까? 자세히 보면 꽃 모양 잎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비슷하면서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 같은? 분위기가 같으니 미심쩍지만 통칭하기로 한다. 사진 속의 꽃들은 현호색이다. 꽃 색깔이 오묘해서 이름이 현호색이라고. 보물주머니라고 해서 괴불주머니일까. 꽃잎 끝은 색깔이 진하다. 꿀이 잔뜩 들었다는 꽃자루 쪽으로 갈수록 엷어지는 색깔이 수채화를 그리던 붓을 물통에 넣고 빨 때 물감이 퍼지는 그 느낌이다. 북한산에 있는..
세뿔투구꽃 세뿔투구꽃이었다. 그렇게 찾으려 애를 써도 찾지 못했던 이름이 TV ‘유 퀴즈 온 더 블록’ 종자은행 편에 보라색 세뿔투구꽃이 언뜻 스쳐 지나가며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 얼른 이름을 메모장에 적었다. 세뿔투구꽃, 세뿔투구꽃이었다. 추석이 막 지나고 나서다.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2021년 9월 30일에 찍은 사진이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한 뒤로 친구와 찾게 되는 곳이 제주도다. 관광이라기보다는 쉼을 목적으로 산책하듯 걷다가 맛있는 것을 먹는. 양떼목장을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꼭 가야하는 것도 시간 약속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어서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 하는 날씨에 갓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몸을 풀고 있었다. 너른 배추밭 뒤로 울창한 삼나무 숲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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