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홍화 홍화가 누렇게 씨방이 맺혔던 걸 보면 염색을 위해 홍화를 심었던 것이 아니라 농사지으신 분 말씀처럼 홍화씨로 차를 마시기 위해 심으셨던 것이다. 오래된 기와집 앞에는 옛날에는 마당으로 쓰였을 법한 곳에 텃밭이 있는데 그곳에는 매해 아욱 상추 쑥갓들이 세서 텃밭이 꽉 차게 꽃이 피고는 한다. 어느 해에는 그곳 밭 한 귀퉁이에 안개꽃이 하얗게 피더니 그 옆으로 홍화 꽃이 샛노랗게 폈었다. 처음 본 꽃이라 밭에 들어가 꽃을 자세히 보고는 했다. 엉겅퀴 같은 꽃이 노랗더니 붉게 변했다. 억센 가시가 돋친 잎을 만졌다가는 상처를 입을 것 같아 보기만 했었다. 지나갈 때마다 꽃 이름이 궁금했는데.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텃밭 주인에게 물어보니 홍화라고. 몸에 좋아 차로 마신다는 그 홍화가 맞나 싶어 몇 번을 여쭤봤었.. 뽀리뱅이 얼음이 풀리기 전 이른 봄에도 시골 우리 집 주변에 많았던 뽀리뱅이는 겨울을 이겨낸 탓인지 털옷을 입은 듯 폭신한 잎에 붉은 빛이 도는 파란 잎이었다. 이른 봄부터 호미를 들고 나가 나물을 뜯어오는 딸내미의 나물 바구니를 보시고는 엄마가 그러셨다. “한 끼 꺼리도 안 돼서.” 작은 바구니에 하나도 안 찬 씀밤귀, 냉이를 흡족해하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뽀리뱅이를 캐오라고 하신 적은 없다. 집 주변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라서 그러셨을까. 우리 동네에선 뽀리뱅이를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마른 풀 속에서 붉그죽죽한 뽀리뱅이는 길가에서 아침이슬이 맺혀 바지 가랑이를 적시던 바랭이처럼 사람은 먹지 못하는 풀인 줄 알았다. 민들레나 토끼풀로 주던 씀바귀 종류처럼 사람은 먹는 것이 아니려니 했었다... 일본 잔대 일본 잔대 꽃 속에 도라지꽃이 숨어있었다. 따로 놓고 보면 크기며 색깔이 닮은 구석이 없는데 분류를 해 놓은 사진을 다시 봐도 도라지꽃이다. 몇 번을 망설이다 오려냈다. 꽃이 활짝 핀 모습이 비슷한 각도에서 찍으니 헷갈린 것이다. 너무 밝게 찍어 도라지꽃이 엷다. 연보라색 도라지꽃이 일본 잔대 꽃이랑 똑 닮았다. 일본 잔대 꽃은 막 피기 시작할 때는 초롱꽃을 닮기도 했다. 초롱꽃이 창호지 꽃 같은 느낌이라면 보라색 일본 잔대 꽃은 양장점에서 맞춰 입은 외출복 같다. 줄줄이 피는 꽃이 이제 막 맞춤 정장을 차려입은 멋쟁이들이다. 꽃잎 끝에 곤두선 솜털을 보며 또 다른 느낌이다. 신비롭다. 사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잔대 산나물을 뜯어오신 엄마는 행주치마를 풀어 나물 속에 있던 꿩알을 꺼내시면서 잔대 뿌리를 나물 뜯던 창칼로 쓱쓱 껍질을 벗겨 주시고는 했다. 도라지 같은 뿌리를 보며 고개를 뒤로 빼면 엄마는 그러셨다. “잔대야. 아리지 않아. 먹어봐.” 하시던 엄마. 정말 아리지 않았다. 도라지 뿌리보다 포실하면서 달착지근 맛이 그냥 먹기에도 좋았다. 잔대 뿌리는 늘 나물 속에서 찾아 날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환절기마다 크게 잔병치레를 안 하고 지나갔던 것은 잔대 뿌리 덕분은 아니었을까. 잔대꽃을 이제 보고도 못 알아 본 건 당연한 것 인지도. 산나물 속에 늘 잔대 뿌리가 있기도 하고 잔대 싹이 있었으니. 그때는 꽃이 더 귀했을 것이다. 잔대 꽃을 보고 있으면 바람이 부는 듯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휘 부는 ..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