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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뽀리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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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풀리기 전 이른 봄에도 시골 우리 집 주변에 많았던 뽀리뱅이는 겨울을 이겨낸 탓인지 털옷을 입은 듯 폭신한 잎에 붉은 빛이 도는 파란 잎이었다.

 

이른 봄부터 호미를 들고 나가 나물을 뜯어오는 딸내미의 나물 바구니를 보시고는 엄마가 그러셨다. “한 끼 꺼리도 안 돼서.” 작은 바구니에 하나도 안 찬 씀밤귀, 냉이를 흡족해하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뽀리뱅이를 캐오라고 하신 적은 없다. 집 주변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라서 그러셨을까. 우리 동네에선 뽀리뱅이를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마른 풀 속에서 붉그죽죽한 뽀리뱅이는 길가에서 아침이슬이 맺혀 바지 가랑이를 적시던 바랭이처럼 사람은 먹지 못하는 풀인 줄 알았다. 민들레나 토끼풀로 주던 씀바귀 종류처럼 사람은 먹는 것이 아니려니 했었다.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논두렁에서 한 주먹도 안 되게 캐온 씀바귀는 뭐 할게 마땅찮다고 하시던 엄마도 집주변에 뽀리뱅이는 생각 못 하셨던 것 같다.

 

그때는 길가에 매여 놓았던 소도 바닥에 딱 붙게 잎을 펼치고 있는 뽀리뱅이를 뜯어먹지 않았던 것 같다. 긴 꽃대를 올린 뽀리뱅이 노란 꽃이 소 주변에도 참 많이 폈었다.

 

잘잘한 꽃이 지고나면 맺힌 갓씨는 바람이 불면 금방 날아갈 듯 가벼웠다. 뽀리뱅이는 긴 꽃줄기 끝에서 잔가지가 퍼지면서 꽃이 끊임없이 핀다. 노란 꽃이 아주 작아 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이 참 예쁘다.

 

우리 집 밥상에는 오르지 않았던 뽀리뱅이는 이른 봄에 냉이, 씀바귀를 캐듯 캐어 데치거나 소금물에 절여 나물이나 김치로 먹으면 좋단다.

 

뽀리뱅이는 통증을 완화해주어 관졀염에 좋고 탄수화물이 당으로 전환되는 걸 막아주어 당뇨병에 좋다고 한다. 그 옛날 우리 동네는 당뇨병이나 관절염을 앓는 분들은 없었던 듯 산과 들에 뽀리뱅이가 참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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