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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잘 드는 곳에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면서 달린 조롱박이 신기하다. 반질반질하다고 생각했던 파란 조롱박에 솜털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박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둥근 박꽃은 밤에 핀다고 했다. 그 둥근 박꽃과는 달랐던 건지. 비라도 내릴 듯 컴컴하게 흐린 날 한밤중이기라도 한 듯 착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 저녁때도 아닌 한낮에 박꽃을 찍을 수 있었다. 조롱박꽃은 깨끗한 달빛을 똑 닮았다. 환하지만 투명하지는 않은 물감으로 비교한다면 수채화물감은 아닌 포스터물감 같다고 할까.
산을 두 고개를 넘어 학교엘 다녔는데 그때 산중턱 길옆 약수터에 똑똑똑 떨어지는 물 옆에 조롱박이 있었다. 그때는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은 조롱박이 약수터마다 자리 잡고 있었다.
손안에 쏙 들어오던 조롱박은 둥근박과 함께 여기저기 있었다. 커다란 항아리에 쌀을 풀 때도 장독대에 간장을 뜰 때도 주전자에 막걸리를 따를 때도 박은 쓰임새가 다양했다.
요즘은 조롱박이 달린 넝쿨을 보면 실용성보다는 멋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마음은 늘 고향으로 달려간다. 목마를 때쯤 있던 그 약수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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