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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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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엘리아 목나팔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루엘리아다. 루엘리아는 나팔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예쁜 보라색의 여린 꽃잎이 예뻐 눈여겨보게 되는 꽃이다. 골목길에 있던 루엘리아는 담장 낮은 집과 잘 어울리던 꽃이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골목길을 걷다보면 환하다. 늘 그곳에 있던 보라색 루엘리아는 아침에 피고 저녁이면 진다고. 아침에 본 루엘리아 꽃을 찾아 저녁무렵에 골목길을 찾아든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골목길 풍경이 꽃으로 달라지기도 하는데 루엘리아도 한 몫하고 있었다. 루엘리아 꽃말이 신비로움, 행복. 사진을 찍다보면 여신을 보는 듯 신비스러우면서 행복해진다. 그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그 꽃이 있는 골목길을 찾게 된다. 내가 본 루엘리아는 커다란 화분에서 피고 있었다. 추위에 약하다는데. 겨울이면 집안으로 들여놓기..
우단담배풀 사진을 보니 더 분명하게 알겠다. 매끈한 담배 잎과는 달리 제 이름처럼 넓은 잎에 우단처럼 털이 덮여있다. 너른 밭에 밭고랑에 어른 키보다 더 컸던 그 담배 잎과는 다르다. 어느 댁 화단에 있는 우단담배풀을 보며 화단에 어울리지 않게 담배를 심으셨네 했었다. 끈적거리는 잎을 참을 정도로 분홍 꽃이 좋으신 걸까하면서도 담배조리를 하시다 말고 담배 잎을 말아 피우시던 그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신가 싶기도 했다. 우단담배풀은 장대 같은 긴 꽃대를 올리며 양지꽃 같은 노란 꽃이 핀다. 꼿꼿하게 서서 노란 꽃을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키가 꺽다리 소년들보다 크다. 우단담배풀 꽃말이 좋은 추억, 용기라고 한다. 우단담배풀 노란 꽃을 보며 오래전 밭두렁에서 난닝구 바람에 담배 잎을 따시던 엄마, 아버지가 떠오르..
녹두꽃 까맣게 익은 녹두를 한낮에 딸 때면 꼬투리가 터져 바구니로 들어가는 녹두보다 튀어나가는 것이 반이었다. 너무 익어 바삭 마른 녹두꼬투리는 손을 댈 새 없이 초록색 얼굴을 내밀며 사방으로 튀었다. 우리 집에선 녹두를 밭 가장자리에 심었다. 밭두렁 차지는 녹두였다. 산인지 밭인지 모를 경계를 녹두가 울타리를 치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집은 녹두를 팔기보다는 집에서 먹기 위해 심었던 것 같다. 볍씨만한 녹두를 따는 데로 모아두었다가 추석이나 설, 아버지 생신 때나 손님이라도 오시는 날이면 녹두전을 부치고는 했다. 녹두를 맷돌에 들들 갈아 쌀을 조금 섞어 불렸다가 다시 맷돌에 갈아 녹두전을 부치셨다. 들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그 반죽을 한 국자씩 넣고 하얗게 절인 배추를 올려 노릇노릇하게 지진 녹두전..
동부꽃 동부꽃 주말농장에서 동부꼬투리를 보고 놀랐다. 동부꼬투리 길이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길었다. 30센티는 될 것 같았다. 동부도 개량이 된 모양이다. 동부는 겉껍질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풋콩을 따서 밥에 섞어 먹고는 했다. 엄마는 동부콩을 쪄서 간식으로 주시기도 했었다. 팍신하니 맛있었다. 동부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 긍정의 꽃말이 힘이 된다. 동부콩밥을 먹으면 행복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든다. 어느 해 명절 때였을 것이다. 두런두런 남녀 학생이 둘러앉은 걸 보면 누구 생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상 위에 오른 흰 묵을 먹다가 녹두로 만들었다 커니 동부로 만들었다 커니. 우리 고향에서는 어느 집에서는 녹두로 만들고 우리 집에서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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