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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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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랭이 바랭이는 새싹이 막 트기 시작할 무렵 뽑지 않으면 밭고랑을 새파랗게 덮었다. 그렇게 자란 바랭이는 뽑히지 않아 줄기를 뜯으면서 캐내야만 했다. 밭고랑의 잡초 대부분은 바랭이였던 것 같다. 아주 한참 후에 밭고랑에 제초제를 뿌리기 전까지 밭곡식보다 먼저 자라는 바랭이와의 전쟁이었다. 엄마의 새벽 농사일 대부분은 바랭이를 뽑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았다. 뽑고 또 뽑아도 어느새 밭고랑을 채우면서 무릎까지 자라던 바랭이. 바랭이는 자라면서 마디에서도 잔뿌리가 내리면서 흙을 잡고 퍼졌다. 바랭이가 있는 곳은 밭곡식이 치여 자라지를 못했다. 그늘 속에서는 곡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이었는지. 농사용 비닐이 나왔다. 밭고랑에 두둑을 만들어 비닐을 덮고 구멍을 뚫어 고추를 심고 깨를 심고 콩을 심고..
목화밭 화분에 있던 한두 그루의 목화를 보다가 목화솜이 하얗게 터진 목화밭을 보고는 놀랐다. 목화밭은 어릴 때 보고는 얼마 만에 보는지. 밤새 내린 비에도 뽀송뽀송한 솜은 꽃보다 예뻤다. 몽실몽실 옛날이 생각이 났다. 마루에 쌓아놓은 솜에서 검정 씨를 빼던 기억도 나고. 옛날에는 학교 가는 길옆에 목화밭이 제법 있었다. 꽃보다도 먹을 수 있는 달착지근한 열매가 더 반가웠는데. 세기 시작한 열매가 터지기 시작하면 하얀 솜을 땄다. 가을비는 김장만 빼고 이로울 것이 없다는 말을 목화밭을 보고 실감한다. 마른 곡식만큼이나 목화솜도 가을비가 마땅찮았던 것이다. 저 솜을 얼른 따야할 텐데. 엄마의 오래전 근심을 내가 하고 있었다. 엄마는 산비탈 후미진 밭에 심었던 목화솜을 따서는 우리 딸들 시집보낼 때 이불을 만들어줘야..
히어리 북한산 둘레길에서 앙상한 가지에 이삭처럼 늘어진 노란 꽃은 처음 보는 꽃이었다. 산수유처럼 꽃이 먼저 폈다지고 나면 잎이 난다. 꽃이 지고 맺힌 열매는 메주콩만하다. 개암나무 열매의 반 정도 크기다. 점점 줄어드는 열매가 익을 때까지 남아있을 것 같지 않다. 나무그늘 밑, 길옆에 자리 잡은 히어리가 사람 손을 타는 것인지 갈 때마다 가지가 꺾이고 잎이 줄어든다. 단풍드는 잎이 있긴 할지. 이삭처럼 늘어져있던 꽃이 지고 새싹이 나고 주름진 잎이 펴지면서 열매가 맺히고 나면 히어리는 지루할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대부분의 나무가 그렇듯 히어리도 10월 11월이면 단풍들었던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지켜보지 못하고 사진 정리를 한다. 북한산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이 히어리꽃은 아닐까 싶다...
참깨꽃 참깨 꽃말은 '기대하다' 제 꽃말처럼 잔뜩 기대하고 찾아간 주말농장에는 참깨는 이미 없어지고 김장용 배추, 무 어린 싹이 밭을 차지하고 있었다. 김장 준비로 베어진 것인지. 벨 때가 되어 베어진 것인지. 주변에 참깨대를 세워둔 곳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그곳에는 없었다. 어느 댁 앞마당 갑바 위에서 바람을 타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참깨 단을 묶어 참깨가 있던 자리에 삼각대를 세워 서로 의지하며 말렸다. 우리 엄마는 말라가는 깻단을 부지깽이로 툭툭 때려가며 참깨를 터셨다. 어디서 나셨는지 밭 한가운데는 멍석만큼 커다랗고 누런 보자기가 깔리고는 했다. 그 보자기 위로 떨어져 내리던 뽀얀 참깨가 참 신기했었다. 어디에 있다 그렇게 쏟아져 내리는지. 골목길을 걷다가 어느 댁 앞마당에 널려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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