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쑥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이른 봄,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만 한 쑥을 뜯어 쑥버무리를 쪄먹으면서 봄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해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쑥개떡을 먹기 시작하면 노곤한 봄이었다. 약쑥은 오월단오 쑥이 좋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오월단오 쑥을 말려 처마밑에 걸어두셨다가 가마솥에 푹푹 삶아 시커먼 쑥물로 목욕을 시켜주시곤 하셨다. 몸을 따뜻하고 개운하게 해주는 우리 집 상비약이었다. 그 때문인지 꽃같지 않은 꽃이 폈다 진 말라붙은 다 쌘 쑥에서 나는 쌈싸롬한 쑥냄새까지 좋다. 눈 속에 말라 붙은 저 쑥대를 잘라 모아두었다가 한여름에 모깃불로 태워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여름 어스름한 저녁때면 평상에 앉아 모깃불을 태우곤 했었는데 마당을 꽉 채웠던 연기 속에선 쑥냄새가 났다. 그 맘때면.. 동백꽃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기다림’, ‘애타는 사랑’ 동백꽃의 꽃말이다. 지금부터 삼십여 년 전. 그때 처음 동백꽃을 봤다. 부산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새벽 미사 후 바다가 보이는 산책길을 걸으면서 본 똑똑 송이째 떨어져 있던 붉은 동백꽃은 신비로웠다. 성탄 휴가를 수녀원에서 보내면서 새벽 미사 때 수녀님들의 아름다운 성가는 정갈한 산책로에 떨어져 있던 솔방울까지 몽환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깨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꿈 같다. 그건 그때 본 동백꽃 때문이지 싶다. 12월에 붉게 핀 동백꽃과 누군가 꽃송이를 따 놓기라도 한 듯 떨어져 있던 동백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지금도 여전할까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족두리풀 족두리풀 슬픈 전설 때문일까. 팔려간 딸을 그리워하던 엄마가 죽어 묻힌 자리에 무리 지어 핀 꽃이 족두리풀꽃이라고 한다. 꽃말이 모녀의 정이다. 족두리는 옛날 여자들이 결혼할 때 머리에 쓰던 쓰개다. 작고 동그란 모양이 마치 족두리를 닮아서 족두리풀이라고 한다. 약재용 이름은 세신(細辛)이다. 뿌리가 가늘고 몹시 매운맛을 띠고 있다. 감기로 열이 심하거나 두통에 좋고 구내염에 분말로 만들어 뿌려준다. 민간에서는 이가 아픈 곳에 물어 진통제로 이용했다. 산지에서 잘 자라는 족두리풀은 화분이나 화단에 심기도 하는데.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포기나누기를 하거나 9월경에 받은 씨를 바로 뿌린다. 토양이 비옥한 반그늘에 심고 물은 2~3일 간격으로 주면 된다고 한다. 북.. 작두콩 “재크와 콩나무가 떠올랐어요.” 작두콩을 키우며 끝도 없이 장대를 타고 올라가다가 아래로 늘어지는 작두콩 줄기를 보며 동화 속에 콩나무가 떠오른다고 키 큰 사람보다 더 큰 작두콩을 가리키셨다. 바둑판처럼 나눠진 한 귀퉁이에 작두콩이 있었다. 작두콩 꽃은 이미 지고 없어 볼 것 없는 줄기를 그냥 지나쳤는데 그분 말씀을 듣고 작두콩 꼬투리를 찍으면서 하늘을 보았다. 아주 긴 지지대가 있었다면 늘어져 내린 작두콩 줄기가 하늘을 찌를 수도 있겠다. 작두콩은 아주 오래전 친구 집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 기억으론 밤톨만큼 컸던 콩이다. 산길을 걷다보면 떨어져 내린 토종밤이 딱 그만했었다. 나이 떡을 먹는 날이라고 친구 집에서는 송편을 만들었다. 그때 송편 속을 작두콩을 삶아 속을 파서 밤 속을 넣듯 넣으셨다. ..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99 다음